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신문윤리 소식 제317호  [2026.10]

[4면] [윤리의 窓] 어떻게 언론을 지킬 것인가

어떻게 언론을 지킬 것인가

  •   대학에서 ‘사회적 소통의 이해’, ‘미디어 산업과 정책’ 같은 과목을 가르치면서 그 첫 시간을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곤 한다. 전체 미디어 시스템 안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체 미디어 시스템 속에서 언론의 크기는 하나의 작은 점으로 표시된다. 그만큼 산업적으로는 미미하다는 뜻이다. 언론을 대표하는 국내 대표 일간지들도 인력 및 매출액 규모는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림에서 또 하나 주목할 건 이 점이 전체 미디어 시스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비록 산업 차원에서 너무도 작은 존재이지만 언론이 전체 미디어 시스템의 중심을 잡고 방향을 설정하는 주체임을 나타낸다. 이 중심이 흔들릴 때 전체 미디어 시스템이 흔들리고 그것이 매개하는 세상에 관한 주요 팩트와 의견, 시민적 식견의 형성, 여론 형성, 정치 시스템의 작동이 차질을 빚게 된다. 권력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사회, 민주주의, 일과 가정,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작지만 소중한 사회적 가치재를 지키는 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의 파편화된 소통에 매몰되고, 유튜브상의 유사 언론이 허위 정보를 범람시키는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언론의 역할을 요청한다. 언론의 위기는 언론의 존재 가치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러한 요청에 언론이 부응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제 언론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하는 제왕적 권력, 방대한 예산과 인력을 갖춘 정부기관, 거대한 초지능 기업들이다. 반면 언론인들은 시시포스처럼 반복되는 뉴스생산 과정 속에서 소명 의식과 규범성이 약화된 저숙련 뉴스 노동자로 내몰리고 있다. 역사상 최저치로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언론은 정치 갈등, 사회 분열, 민주주의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언론은 권력 감시자는커녕 권력의 감시와 징벌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 언론의 현주소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대전환에 따른 혼란이 더해진다.

      언론이 사회를 지켜왔듯 이제 사회가 언론을 지켜야 한다. 모든 변화는 인력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언론 위기의 극복 역시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언론인력을 양성하는데서 시작된다.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규범성과 전문성, 그리고 거대 네트워크와 데이터에서 진실을 캘 수 있는 디지털/AI 리터러시를 갖춘 언론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 미래 언론의 주체들이 언론을 혁신하고, 언론의 생명과도 같은 권력 감시와 비판 능력을 복원할 것이다.

      대학이 나서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 인재 양성의 책임을 진 서울대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AI 대전환의 시대, 서울대가 보유한 우수한 교육 및 연구 자원을 미래 언론인력 양성을 위해 최적의 조합으로 결합한 전문 대학원 과정(가칭 AI 저널리즘 스쿨)의 설립이 해법이다. 이는 서울대에 주어지는 특혜가 아닌, 언론을 지키기 위해 서울대가 져야할 사회적 책임이다. 서울대가 선도하는 혁신적 언론 교육 모형은 타 대학들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2026년 가을 학기를 맞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이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 종래의 언론정보학과 대학원 과정 안에 (가칭) AI 저널리즘 세부전공을 만든 게 그것이다. 이 세부전공은 언론사 및 관련기관 종사자들에 한해 종래 전일제 학생(full-time student) 의무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현업 언론인이 현장을 지키면서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 과정이 자리 잡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즐비하다. 당장 일손이 부족한 언론사는 정규 주간 대학원 과정에 보내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대학 측에서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언론인들이 전일제 대학원생과 같은 학업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존재한다. 학기 당 두 명뿐인 정원 역시 “그 정도로 무슨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라는 회의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주도의 이 작은 교육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AI 저널리즘스쿨로 나아가는 의미심장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시작이 반이라고 언론 현장과 대학을 연결하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상의 시행착오는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해결될 것이다. 성과와 평판이 쌓일 때 전공 정원도 늘어나고,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부응하는 지원도 확보될 것이다. 이곳에서 배출된 인력과 혁신이 미디어 시스템의 작지만 소중한 중심을 바꿀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이 마지막 소명에 필자 역시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