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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 소식 제315호  [2026.07]

[4면] [윤리의 窓] 언론의 AI 활용과 사실성의 가치

언론의 AI 활용과 사실성의 가치

  •   전신,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의 사례가 잘 보여주듯 언론 산업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격변의 파고를 맞으며 진화해 왔다. 뉴스를 만들고, 전달하며, 소통하는 방식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곤 했지만 언론인이 발로 뛰며 사실을 확인해 보도하는 뉴스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은 이러한 뉴스의 핵심 영역까지 침투하며 언론의 존재 방식 자체를 흔들고 있다.

      도입 초기만 해도 생성형 AI는 자료 조사, 데이터 분석, 번역, 교정 등 ‘보조적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그것이 허용 가능한 활용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일선 기자들의 기사 아이템 발굴에서부터 뉴스 제작, 시각물의 자동 생성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뉴스 생산 전반에 AI가 깊이 개입하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뉴스를 만드는 ‘하이브리드 저널리즘(hybrid journalism)’ 시대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AI 기술이 언론의 취재보도 영역을 확장하고, 뉴스 생산의 효율성과 콘텐츠 품질을 혁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많은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뉴스 제작의 한복판에 들어온 AI가 초래하는 취재보도의 윤리 문제 또한 심각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환각’(hallucination)으로 인한 오류, 주관적 알고리즘 설계와 과거 학습 데이터로 인한 편향성, 결과 도출 과정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른바 ‘블랙박스’ 현상 등은 뉴스의 신뢰를 잠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다.

      한국의 언론 환경에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윤리적 이슈는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의 무분별한 사용이다. 특히 온라인 기사를 중심으로 과거에는 보도사진이 들어가던 자리를 이제는 AI 생성 이미지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AI 이미지는 보도사진과 달리 시간, 장소, 비용, 윤리적 고려 같은 현실적 제약이 거의 없으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로 독자의 주목을 끄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이미지와 영상의 남용은 뉴스가 타 콘텐츠와 구분되는 고유의 가치인 사실성이라는 언론의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지난 4월 AI로 만든 과장된 이미지를 중부매일 1면에 게재한 기사에 ‘주의’ 조치를 내린 사례는 그런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이 신문은 수도권의 생활쓰레기가 충청권의 민간 소각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내용을 톱기사로 다루면서 생활폐기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충청권 방향으로 향하는 AI 이미지를 사용했다. 신문윤리위원회는 “현실에서는 거의 포착되지 않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과장한 장면”이라며 “독자들이 일반적인 보도사진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는 공영방송 KBS가 4월 6일 저녁 메인 뉴스에서 이란에 낙오된 미군 조종사의 구출 상황을 가상의 AI 생성 영상으로 보도해 전쟁을 오락화하고 사실 보도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과거에도 언론들은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픽을 보조 자료로 사용해 왔고, AI 생성물이란 표기만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사회 공동체에서 언론의 고유한 기능은 사소한 사실 하나라도 철저하게 확인하고 검증하는 진실된 보도를 통해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적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허위와 조작 정보가 넘쳐나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날로 모호해지는 디지털 환경에서 이러한 사실성의 가치는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BBC와 뉴욕타임스 같은 해외 유력 언론들이 사실 보도의 영역에서는 AI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도 AI 활용 준칙이나 가이드라인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나 다분히 형식적이거나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기술은 이미 언론 현장을 바꾸고 있는데 활용 규범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일선 기자들은 윤리적 혼란을 호소한다.

      그런 점에서 AI 활용 허용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투명한 표시 의무, 인간 편집자의 최종 검수 책임 등의 원칙을 구체화하고 제도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뉴스의 본질적 가치와 저널리즘 원칙이라는 토대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