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신문윤리 소식 제310호  [2026.02]

[3면] 살인 피의자 ‘정신질환’ 병력이 범죄와 관련 있는 듯 보도

조울증이 살인 유발한 것처럼 묘사
환자 전체 잠재적 범죄자 인식 우려
뉴시스·연합뉴스·강원일보 ‘주의’
  •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피의자의 범죄가 마치 해당 질환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묘사한 매체들이 ‘주의’를 받았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2월 11일 열린 제1005차 회의에서 뉴시스, 연합뉴스, 강원일보 등 3개사에 대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언론의 자유·책임·독립」④(차별과 편견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해 이와 같은 제재를 결정했다.

      뉴시스는 지난달 21일 「충주서 둔기로 외조모 살해한 정신질환 30대 구속 기소」기사에서 외조모를 살해한 30대 남성의 정신 건강 상태를 자세히 적시해 보도하고 이와 같은 내용의 제목을 달았다.

      연합뉴스와 강원일보도 같은 날 각각「조울증 앓다 약 끊었던 충주 외조모 살해범 구속 기소」기사의 제목과「‘조울증’ 명문대 출신 30대 취업 문제로 잔소리 듣자 80대 외조모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기사의 제목에서 마치 조울증이 살인을 유발한 것처럼 묘사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들 언론사와 달리 대다수 다른 매체들은「충주에서 외조모 살해 30대 구속 기소」,「취업 잔소리에 80대 외조모 살해」라는 제목을 달았다.

      신문윤리위는 이에 대해 “피의자가 조울증을 앓다가 약을 끊었던 동안 살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울증이 살인을 유발했는지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조울증이 살인의 원인인 것처럼 유추할 수 있는 제목은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신문윤리위는 이와 함께 “우울증 환자가 살인 가능성이 높다는 사회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제목을 게재하는 것은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라고 보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기자협회는 이미 2022년 ‘정신질환 보도 기준’을 정하고 ▲정신질환과 관련한 용어 사용에 유의할 것 ▲기사 제목에 정신질환 관련 언급을 최소화할 것 ▲정신질환과 범죄의 인과관계를 임의로 확정 짓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범죄학·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특히 우울증은 공격성이나 폭력성과 큰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공격성이나 폭력성은 질병 자체보다는 범죄자 개인의 인격과 도덕성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간호협회 등 관련 학회도 지난해 2월 공동 성명에서 “가해자의 정신질환 관련 내용을 기사 제목이나 도입부에 포함하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