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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 소식 제308호  [2025.12]

[4면] [윤리의 窓] AI시대, 언론윤리 새 기준 세워야

AI시대, 언론윤리 새 기준 세워야

  •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저널리즘 역사상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1990년대 인터넷이 뉴스 유통 방식을 혁신했다면, 지금의 AI는 뉴스 생산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전 세계 언론사들은 이미 기사 요약이나 제목 추천, 딥페이크 탐지 등에 AI를 적극 도입해 뉴스 제작 효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기술 혁신은 정확성과 신뢰성이라는 언론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는 심각한 윤리적 난제를 던졌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환각 현상이다. AI가 그럴듯하게 꾸며낸 거짓 정보는 언론의 생명인 진실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딥페이크 기술로 정교하게 조작된 영상과 음성 또한 허위정보의 범람을 부추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뉴스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다. 2025년 KPMG와 멜버른대학교가 47개국 4만 8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AI의 혜택을 인정했다. 반면, Gallup의 2025년 미국 여론 조사에서는 성인 중 “신문·TV·라디오 등 매체가 뉴스를 완전하고 정확하며 공정하게 보도한다고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28%에 불과했다. 역대 조사 중 최저치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조사에서도 “기사에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쓴다면 ‘뉴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약 60%에 달했다.

      전 세계 언론계와 국제기구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한 AI 윤리 권고를 채택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규제법인 ‘AI 법(AI Act)’을 제정해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라벨링을 의무화했다. 유럽평의회 역시 뉴스 미디어의 책임 있는 AI 사용을 위한 상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한국 언론계의 대응도 본격화했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가 2023년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일보는 2024년 4월 ‘생성형 AI 활용 준칙’을 제정했다. 2024년 12월에는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단체가 공동으로 ‘언론을 위한 생성형 AI 준칙’을 발표하며 인간의 관리와 감독 원칙을 재확인했다.

      반면, 현행 신문윤리강령과 신문윤리실천요강은 1957년 제정 이후 수차례 손질을 거쳤으나, 마지막 개정에서도 AI 관련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현 규정은 전통적인 인간 기자의 취재만을 전제로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오보, 딥페이크, 알고리즘 편향, 저작권 침해 등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규율할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책임 주체도 불명확하며, AI 활용 사실을 독자에게 알릴 투명성 의무조차 없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AI 시대의 언론윤리 정립을 위해 규정 개정에 나서야 한다. 단, 새로운 규정은 단순히 AI 사용을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미래 지향적인 윤리 규정은 언론인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방하는 ‘가이드라인’이자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AI는 단순 취재 보조를 넘어 데이터 저널리즘의 심화, 맞춤형 콘텐츠 제작 등 저널리즘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 따라서 윤리 규정은 ‘금지’가 아닌 ‘안전한 활용’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신문윤리강령에 ‘인공지능 활용’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AI 기술 활용 시에도 저널리즘의 가치를 준수하고, 법적·윤리적 책임이 언론사에 있음을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신문윤리실천요강에 ‘인공지능 활용 준칙’ 장을 신설해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AI를 인간의 관리하에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인간 중심성’ 원칙을 담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기사나 콘텐츠 생산에 AI를 활용했다면 알림 문구, 워터마크 등을 통해 독자가 이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AI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이 차별과 혐오 표현으로 재생산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타인의 저작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조항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윤리적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 언론사는 법적 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AI 실험을 지속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것은 인간 언론인의 역할과 윤리다. AI가 기사를 쓰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는 있어도, 사실의 맥락을 파악하고 윤리적 결단을 내리며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AI 조항이 신설된다면 그것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인간 중심의 책임 있는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AI를 옭아매는 족쇄가 아니라, 언론인이 AI라는 고성능 엔진을 달고 저널리즘의 미래로 안전하게 질주하도록 돕는 가드레일이 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제도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