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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 소식 제305호  [2025.09]

[8면] [윤리의 窓] 신문윤리위는 ‘한국 언론의 레거시이자 레전드’

신문윤리위는 ‘한국 언론의 레거시이자 레전드’

  •   ‘1000번의 치열한 논의와 1000번의 신중한 결정’

      9월 18일 열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1000회 기념 혁신 비전 선포식’에서 신문윤리위원회 64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영상을 보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표현이다. ‘1000’ 이라는 숫자도 사실 대단한데, 그 1000번의 회의 각각의 밀도와 고뇌의 깊이까지 생각하면 그 숫자에 담긴 무게는 차마 가늠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이날 말한 대로 그 자체가 “레거시이자 레전드”인 것이다.

      군사정부가 출현한 1961년 신문윤리위원회를 창립한 선배 언론인들은 당시 태극기 주위에 ‘신문의 책임’ 이 다섯 글자를 새겨놓았다고 한다. 언론인 스스로가 언론윤리 실천과 자율규제를 통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러나 군사정권은 이를 못마땅히 여겼고, ‘윤리’의 이름으로 언론규제를 입법으로 강제하려 하면서 수많은 언론인이 이에 저항, 투쟁의 구심체로서 한국기자협회가 창립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문윤리위원회는 자율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디뎠다. 피소된 사건을 심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심의를 확대해 책임 있는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 초창기 매주 한 차례 열리던 회의는 유신을 거치며 한 달 한 번으로 축소됐지만, 한 번의 회의에 담긴 책임의 무게는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1000번의 회의에서 나온 결정은 그 자체로 기록이자 역사가 됐다. 작년 한 해 동안만 신문윤리위원회가 심의한 보도가 4000여 건, 주의·경고 등의 처분을 내린 건 280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61년 창립 후 12년간 심의한 사건이 약 2700건이었다고 하니, 지금은 실로 어마어마한 양을 심의하고 처리하는 셈이다.

      시대가 바뀌고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심의할 보도도, 처리할 사건도 많아졌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변화다. 그런데 이렇게 심의·결정이 분주히 이뤄지는데도 어째서 언론 윤리는 더 의심받고, 정치권 등의 타율 규제 시도는 반복되는 걸까. 언론을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권력의 속성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자율규제의 이름으로 행해 온 언론계 내부의 노력이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꿔 말하면 자율규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작금의 미디어 환경은 언론에 자정과 자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언론과 보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공들여 취재한 기사보다 무익하거나 유해한 정보가 조회 수와 이익을 취하기 쉬운 구조가 굳어졌다. 언론에 대한 신뢰와 사회 평판도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윤리규범을 지켜서 얻는 게 잃는 것보다 크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니 자율규제란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게 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몇몇 언론(인)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일부 언론단체만 나서서도 안 된다. 64년 전 ‘신문의 책임’ 다섯 글자 앞에 무겁게 섰던 선배 언론인들처럼, 61년 전 언론윤리위원회법 입법 저지를 위해 단결했던 언론과 언론단체들처럼, 모두가 뜻을 모으고 말 뿐이 아닌 실천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율규제에 내실을 기하고, 이를 통해 언론의 자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윤리규범을 지키는 게 귀찮고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문윤리위원회는 1000회를 기념해 책임과 소통, 혁신의 새 비전을 선포하며 “앞으로 실천 가능한 전략을 담아 구체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언론(인)과 시민 모두가 공감할만한 실천방안들로 “한국 언론의 미래를 밝히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윤리는 강요로 지켜지지 않는다.” 서창훈 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은 18일 환영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율과 내면화된 책임 의식만이 언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공감한다. 1000회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신문윤리위원회와 함께 앞으로 우리 언론이 더 ‘단단’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