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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 소식 제295호  [2024.10]

[4면] [윤리의 窓] 뉴스 보도의 선정성과 우리가 갈 길

뉴스 보도의 선정성과 우리가 갈 길

  •   디지털 저널리즘이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으로 명명되다, 이제는 뉴스가 사진, 그래픽 및 동영상을 텍스트와 함께 온라인환경에서 제공하는 일반 명사와 같은 말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기사에는 기사와 관련이 있든 없든 이미지 및 동영상 자료들이 넘쳐난다. 이미지를 기사 작성에 필수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독자들도 이미지와 같은 비주얼 요소가 없으면 잘 보지 않기도 하니, 저널리스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사라졌다고 느낄 정도이다. 반면에 취재를 통해 직접 비주얼 자료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다반사인데, 어렵게 확보한 CCTV나 블랙박스들을 윤리적인 문제로 인터넷에 올릴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에 방송사에서는 버젓이 뉴스에 올리기도 하고, 때로 인터넷에 올라온 관련 이미지 및 동영상이 AI를 활용한 조작일 가능성도 있는 등 고민이 깊어지는 시대다.

    그런데 신문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보면, 이러한 복잡다단한 상황들과 고민들이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단순한 형태의 선정성 위반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기사와 무관한 불필요한 이미지 전문 데이터베이스 그래픽을 사용해서 흡연, 마약, 음주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배치한다든가, 전체 뉴스 보도를 이해하는데 관련이 없는 직접적인 흉기 그래픽 사진을 쓰는 등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되는 경우가 많다. 판단을 받아보고자 하는 심의 사례 수와 함께 위반 사례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물질 오남용 경우인 흡연, 마약, 음주 관련 위반의 경우 전체적인 건수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학대, 폭행, 위협 등 폭력 사례와 관련된 경우와 추행 및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의 증가가 눈에 띈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격화되는 디지털 콘텐츠 경쟁 시대에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는 것을. 그리고 개별 언론의 경쟁상대가 타 언론이 아니라 사실상 OTT 드라마, 예능, 유튜브의 개별 콘텐츠 등 독자의 시간과 관심을 얻고자 하는 모든 매체들이 경쟁상대라는 것을. 그래서 관심을 조금이라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그다음에 고품격의 품질을 논의할 수 있지, 다 망해가는 마당에 영어표현으로 하면 “그러한 럭셔리(luxury)를 가질 여유가 없는데” 가치니 윤리니 이게 웬 말이냐라는 것을. 당연히 우리도 윤리와 가치가 좋은 저널리즘이라는 것을 안다. 선정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토양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인데 사람들이 나무를 비난한다는 것을.

    하지만 결국 언론이 살아남는 방법은 뉴스 가치일 수 밖에 없다. 선정성에 기반한 관심은 타 매체와 경쟁할 수 없다. 잠깐의 관심은 받을 수 있겠지만 오래 살아 남을 수 없다. 언론의 전문성을 언론이 발휘하는 것이 결국 뉴스 경쟁력이라는 것. 시나브로 뉴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유행을 따라 뉴스가 아닌 다른 사업에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지만, 오히려 본업의 경쟁력을 의심받고 훼손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디지털 저널리즘의 혁신이라는 뉴욕타임즈의 스노우 폴(Snow Fall)도 그랬고, 가장 최근의 우리나라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상 수상작도 보면, 충실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면서 보도를 통해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도록 한 사례다. 결국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건 선정성이 아니라 본연의 역할이라는 걸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이러한 사례들에 상을 주고 격려하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사례들이 실제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도 고민해야 한다. 페니 프레스(penny press)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현재의 모습을 선정성이 아닌 전통적인 언론의 영역인 정보로 다시 승부하자는 이야기인 셈이다. 최근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AI시대에 가장 급격히 발전하는 산업 활동이 무엇인가 물어보니 정보 제공이 1순위로 나온 바 있는데, 시대가 변해도 정보 제공은 변화하지 않는 매우 중요한 활동임을 알 수 있다. 언론의 제1의 역할이 사적 영역이든 공적 영역이든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need to know) 정보 제공이 본질임을 잊지 말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한번에 하나씩 조금씩 바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물질 남용 부분은 선정성과 관련된 이미지 및 동영상은 쓰지 않겠다든가 혹은 폭력 부분으로 정하든가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마주하는 현실에서 무엇인가를 일상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결코 삶의 변화를 줄 수 없는 것처럼, 조금씩 조끔씩 바꾸어 나가면서 선정성을 고품격으로 바꾸는 작업을 수행해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