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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 소식 제304호  [2025.07]

[4면] [윤리의 窓] 인증제는 자율규제 재설계다

인증제는 자율규제 재설계다

  •   가짜뉴스가 여론을 흔들고, 알고리즘이 진실의 무게를 뒤바꾸는 시대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전 세계적으로 뉴스 회피(news avoidance)가 확산되고 있고, 그 원인에는 뉴스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뉴스의 양은 넘치지만, 신뢰는 오히려 줄었다.

      일각에선 믿고 볼 수 있는 뉴스가 사라졌다는, 즉 뉴스 빈곤(news poverty)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벨기에 미디어하우스(Mediahui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5~25세 청년 중 절반 이상(58%)는 “신뢰할 수 있는 뉴스가 없다”고 답했고, 79%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61%은 “가짜 뉴스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느꼈다. 이는 단지 뉴스를 ‘안 보는’ 취향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기반이 되는 정보 신뢰의 붕괴, 그 자체다.

      그렇다면 이 신뢰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해답은 외부의 강제 규제가 아니다. 언론 스스로의 자율성과 책임성에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형식적 자율’에서 ‘실질적 책임’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실질적 대안이 바로 언론 자율규제 인증제다. 자율규제 인증제는 자율심의에 성실히 참여하고 윤리 기준을 이행한 언론사에 대해 공신력 있는 기준에 따라 ‘신뢰 매체’로 인증하고, 그 결과를 사회적 평판과 정책적 인센티브에 연동시키는 구조다. 인증은 언론사 스스로 홍보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의 정보 선택 기준으로 기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언론’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제도화할 수 있다. 즉, 윤리를 실천한 언론에 대해 보상을 부여하고, 그 기준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 인증이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실질적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저널리즘 품질 제고와 신속한 피해 구제에 나서는 언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은 언론사는 배제함으로써 일정한 제재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센티브의 정책화를 위해서는 주무부처, 관련 기관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광고집행의 우선 배정, 언론진흥기금 사업 지원 시 가점,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 선정 시 가점, 기자 연수 프로그램 우선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에 자율규제 참여 여부를 가점 요건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포털 뉴스 제휴에서도 자율규제 준수 여부를 평가 기준에 포함시키고, 신문윤리위원회 등 심의결과를 반영하는 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윤리를 실천한 언론이 경쟁력을 가지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자율규제기구의 위상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자율규제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언론사에 대해 일정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하며, 반대로 윤리 기준을 성실히 이행하는 언론사에는 제도적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인증제의 주체로서 기능을 확대해 기존 참여 언론의 규제 준수를 유도하고, 미(未)참여 언론의 참여를 장려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향후 신문윤리위원회가 윤리 실천 이력과 심의 수용 여부를 기준으로 공적 인증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면, 현행 제도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도 자율규제 인증제의 도입이 가능하다.

      언론 자율규제 인증제는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가시화하고 신뢰를 제도적으로 구조화하는 자율규제의 재설계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공식 인증을 받고, 시민은 그 언론을 정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며, 공공 정책은 그런 언론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체계. 이것이 자율성과 공공성을 함께 지키는 방식이다.

      언론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사회 구성원의 지지와 신뢰 위에 설 때 비로소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다. 미디어학자 데니스 맥퀘일(Denis McQuail)은 언론을 “신세 진 많은 청구인이 존재하는 제도”라 표현한 바 있다. 다양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 속에서 책임을 다할 때, 언론의 신뢰는 쌓인다.

      지금 우리는 언론 신뢰 회복을 위한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에 서 있다. 생성형 AI가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발전하고, 정보 피로가 일상이 된 지금, 신뢰받는 언론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자율규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자율은 자기면죄에 불과하다.

      자율규제는 책임을 가시화하고, 신뢰를 구조화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언론 자율규제 인증제는 그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바람직한 저널리즘 가치를 실천하는 언론이 힘을 얻고, 책임지는 언론만이 살아남는 구조. 그것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언론,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 생태계를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