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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세미나]  전국 일간신문, 통신 편집부장 세미나

2005.10.27. - 2005.10.28. / 발제자 : 남기심 / 주제 : 신문 표제의 기능과 조어 제목의 문제점

조회 : 1177
  • 신문 표제의 기능과 조어 제목의 문제점

    남기심(국립국어원 원장)

    1. 언어의 사용공간은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두 가지가 있으며, 공적 공간의 언어와 사적 공간의 언어는 서로 그 특징이 다르다.
       공적 공간의 언어는 모든 청자 또는 모든 독자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언어이어야 하되, 사적 공간의 언어는 제한된 청자 또는 제한된 독자에게만 통할 수 있는 은어, 신조어, 변형된 말 등의 특수 언어의 사용이 가능하다. 공적 공간의 언어는 언어 예절에 엄격해야 하되, 사적 공간의 언어는 언어 예절의 엄격성이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신문, 방송을 비롯한 이른바 언론,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서적 등은 모두 공적 공간이다.
       요즘 논란이 많은 통신 언어는 같은 연령층의 친구들, 같은 직장의 동료, 동호인들 사이 등의 사적 공간에서만 허용되는 언어활동으로서 사적 공간을 벗어나 공적 공간으로 나와서는 안된다. 통신 언어의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적 공간으로 제한이 되어야 할 것이 공적 공간에 노출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2. 한글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의 각종 표기법 그리고 표준어 규정 등은 사회 계층별, 지역별, 연령별, 성별, 직업별 차이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 모든 세대, 모든 지역의 구성원들 상호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그동안 꾸준히 이어온 국어 순화 작업 또한 더 나은 공적 공간의 언어를 위한 것으로서 모두 공적 공간의 언어를 위한 장치이다.
       언어 규범과 관련된 언어 정책은 약간의 보수성을 띤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다른 모든 현상과 마찬가지로 언어도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끊임없이 변한다. 같은 말이라도 사용 환경이 바뀌면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고 발음도 따라서 달라지며, 새로운 지식, 새로운 개념을 수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 말이 생겨난다. 나아가 더 새롭고 참신한 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표현법도 생겨난다. 요즘같이 각종 정보의 양이 폭증하는 시대는 그 변화가 폭이 넓게 이루어진다. 언어 변화의 폭이 크고 양이 많으면 신구 세대 간의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 속도를 가능한 한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새 세대는 구시대의 언어를 쓰지는 않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으나, 구세대는 새 세대의 언어를 쓰지 못할 뿐 아니라 이해하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에 변화된 언어보다는 변화 전의 언어의 사용이 안전하다. 셋째로 언어의 변화는 그 변화가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서 그것을 언어 규범에 수용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언어 변화의 속도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신구 세대 사이의 막힘없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그리고 불안정 상태의 변화가 항상 그대로 정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 정책은 보수성을 띨 수밖에 없다.
       사전이 신어를 수집은 하되 바로 수용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사회적으로 정착이 되었다고 판단이 될 때 올림말로 등재하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3. 오늘의 이 모임이 ‘신문 표제의 기능과 조어 제목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것은 신문은 공적 공간이고 따라서 신문의 언어가 공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늘 토론의 대상이 될, 신문 표제에 쓰인 신기한 표기, 조어의 예이다.

       (1) 잊지馬 마해영 연타석 투런, 대우車 두 번 殺리나, 女당풍 당당하軍, 냉수馬찰 여름이 좋아, 열대야 타고 夜금夜금, 35 vs 1 붙었男?, ‘칼의 노래’를 佛러본다, 羊껏 벌 수 있는 재테크, 亞찔한 살인
       (2) 요원처럼 해봐YO, Young원한 오빠, 러브스파-e, 시 car go 괴담, 앗 뜨거WAR, eye 좋아
       (3) 酒GO 걸리GO 酒GO
       (4) 쇼핑몰愛 빠졌다, 스敗인 집으로, 心心 Free, 못말리는 愛기 엄마, 자性자박, 앗!佛사, 레디 惡~션

       (1)의 예들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있는 한자를 제목에 넣은 것들이다. 발음은 같지만 한글로 적어야 할 자리에 소리가 같은 한자를 표기한 것이다. 한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면 최소한 읽는 데는 불편은 없을 것이다. (2)는 (1)과 같은 자리에 한자 대신에 로마자나 영어 단어를 썼다는 것이 다르다. 이것 역시 로마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문자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읽는 데 별로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3)은 한자와 영어를 섞어서 표기한 사례이며, (4)의 예들은 국어 지식을 토대로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추정을 해야 하는 단계가 필요한 예다. 독자들 중에는 이들을 이해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사람에 따라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들 표제어에 쓰인 말들은 새로 만든 말들은 아니다. 우리말을 한자 또는 영어 단어에서 취음한 것과 한글을 함께 섞어서 표기하되 취음한 한자나 영어의 뜻을 십분 살려 미묘한 뜻을 나타내어 장난한 것으로 일종의 언어유희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신문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공인되지 않은 이러한 표기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의 초점인데 그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맞춤법, 표기규정 등 어문규범 모두를 어기고 있다. 그래도 좋은가?
       둘째로, 이러한 표기에는 주관적 가치 판단이 들어 있다. 이것은 공적 언어로서의 기능이 아니지 않은가?
       셋째로, 이러한 표기는 일부 계층만을 위한 것일 수 있지 않은가?
       넷째로, 신문 제목의 기능은 그 기사의 정보 내용을 함축하여 표현함으로써 기사 선택의 빠른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표기가 합당한가?

    4. 먼저, 위의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이다.
      신문의 일차적인 기능은 제한된 사회 구성원이 제한된 활동 공간에서 접하기 어려운 새 소식을 전해 주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이른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국민 모두가 건전한 사회,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동참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며 신문은 이러한 기능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언어규범, 언어예절은 일차적으로 사회 구성원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건전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언어질서의 혼란은 공평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어렵게 하고, 객관 세계에 대한 명석한 이해를 방해가 된다.
       신문은 실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사람이 읽는다. 신문은 그 많은 소식 중에서 일정한 것만을 자의로 골라서 보도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사회적 사리 판단에 영향을 주며, 감성적인 또는 선동적인 주관적 표현을 함으로써 일정한 여론을 형성하고 그 향방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사회의 언어 습관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유행어를 비롯한 새로운 언어 표현이 신문에 의해 전파되며, 어법 파괴 현상도 신문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질 수가 있다. 독자들의 무의식의 형성이 매일 읽는 신문의 간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직업에 따라, 세대의 차이에 따라 언어 습관, 사용하는 단어, 어법 등이 어느 정도 다른 것이 원칙인데 이들 사이의 공통언어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 언어규범이고, 그것을 실행시키는 데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이 바로 언론 매체이다.
       따라서 신문이 언어규범을 어기는 것은 바로 언어 파괴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질서의 파괴에 일조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위의 예와 같은 비정상적인 표기가 일상적인 것은 아니지마는 그 총계는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위의 예들 중

        ‘칼의 노래’를 佛러본다, 羊껏 벌 수 있는 재테크, 亞찔한 살인, 시 car go          괴담, 러브스파-e, 酒GO 걸리GO 酒GO

    등과 같은 표기는 언어유희라고도 할 수 없는 저급한 표기일 뿐이다.

       위 3의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다
       신문 보도는 가치 판단이 없는 사실의 보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실은 신문이 독자의 감각에 호소하는 주관적 묘사, 과장된 표현 등을 함으로써 독자들의 이성을 흐리게 하는 일이 허다하다. 다음과 같은 신문의 표현들, 곧

        오래된 한옥은 무너져 내린 채 초라한 속을 드러냅니다.
        산 속의 조립식 건물은 폭격을 당한 듯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설이 다가오면서   택배회사들의 설 선물 배달 경쟁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들은 각각

        오래된 한옥은 무너져 내려서 집안이 드러났습니다.
        산 속의 조립식 건물은 크게 부서졌습니다.
        설이 다가오면서   택배회사들의 설 선물 배달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등으로 사실적 표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앞에 보인 억지 조어표기가 바로 이러한 주관적이고 선정적이며 선동적인 과장 표현의 대표적 성격을 띠고 있다.

        殺~殺~ 만져줘, 유럽 후궁문화 꽃피운 性君?, SK 성과급 富럽다

    와 같은 것이 그러한 예다. 이런 점에서 문제의 표기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위 3의 세 번째 문제에 대해서다.
       우리 사회에는 한자나 영문자를 읽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최근의 아파트 이름에 외국어나 외국어를 모방한 말을 가져다 쓰는 사례가 많다. ‘프라우드빌, 골든캐슬, 트럼프월드, 엘리시움, 미켈란쉐르빌, 하이페리온, 아이투빌,’ 등이 그런 예다. 이렇게 아파트 이름을 외국어로 짓는 것은 시어머니가 이름을 몰라 아들 집을 찾아오지 못하게 하려는 며느리들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외국어나 외국 문자에 서툰 계층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신문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표기, 외국어 단어가 그대로 노출되는 표기를 하는 것은 공공연하게 소외계층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문제로 삼고 있는 기사 표제의 외국 단어, 외국 문자의 노출은 물론, 이른바 섹션 신문 표시를 sports, books, money 등과 같이 하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 ‘2ㅹYo(이뻐요), 羅’ⓡⓖ孝(나 알지요)’와 같은 표기도 사적공간에서는 허용될 수 있으나 공적공간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

       위 3의 네 번째 문제에 대해서이다.
       이러한 표기가 독자의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로 하여금 제목을 통해 그 기사의 정보 내용을 파악하도록 하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 이 표현을 해독하는 데 초점이 모여 내용에 주목하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은 선정적인 광고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하지만 정작 광고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못한 것과 유사하다.

    5. 문제의 비정상적 표기는 주로 스포츠 신문 등 오락성 신문, 젊은이들 상대의 지면에 많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나 자칫 이것이 유행이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기한 것을 좇기보다는 고급하고 세련된 우리말 표현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