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불만처리제도의 정착과 발전 방향
유일상(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언론홍보대학원장)
1. 서언
독자의 언론에 대한 불만은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로부터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미디어들은 독자불만을 예방하기 위해 각사 단독으로 또는 연합하여 언론윤리강령을 만들고 자율규제에 의한 해결을 도모하거나 윤리강령을 정비하여 그 현실적 작용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기관의 취재·보도로 말미암은 언론불만에 대해서는, 피의자·피고인 및 그 가족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비중을 두어 범죄의 피해자나 그 가족에 대한 배려는 미흡하였다. 실제로 범죄 피해자 및 그 가족은 언론기관의 취재에 의해 주소·성명은 물론이고,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은사(隱私=프라이버시)의 영역까지 보도되어, 심각한 정신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아 집을 이사하거나 직장을 떠나야 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크고, 그에 의한 피해는 일단 발생하면 원상회복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된 일반인이나 관련독자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끊임없이 내연(內燃)하고 있었다.
독자들의 불만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은 범죄자와 그 관련자의 신원을 노출시킴으로써 은사(隱私=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며,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범죄피해자나 그 가족이 언론미디어로부터 취재를 당하거나 보도 등의 형태로 언론미디어에 노출됨으로서 입게 되는 은사권 침해의 피해는 제2차적 피해라고 불릴만큼 심각하여 당사자로서는 언론의 조명을 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피의자의 가족이나 피고인의 가족들은 자신이 위치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소송의 제기로 자신의 피해를 막거나 이미 발생한 손해를 배상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다행히 우리 나라에서는 군부 독재의 탄압 하에서 정부 개입을 막기 위해 언론사와 독자의 중간에 위치하는 제3자적 기구에 가깝고 운영의 독자성을 인정받는 신문윤리위원회가 조직되어 서방선진국 못지 않은 언론윤리체계를 갖추었다. 그렇지만 박정희 정권의 은근한 압력과 신군부정권이 만든 언론법제의 유제(遺制)인 ‘언론중재제도’의 직접적인 견제 때문에 그 현실적 작용력은 미약한바, 사실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기구가 없었기 때문에 최근 들어 범세계적 차원에서 논의되는 인권보호법제로서 ‘인권옹호법안’의 제정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의 인권관련기구나 공공단체가 개입할 불가피한 소지가 마련되고 있어 미디어에 의한 피해구제제도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우리의 어정쩡한 신문윤리위원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보도평의회’ 제도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1)
우리 나라에서는 1961년 창설된 후, 박정희 군사정권의 언론탄압작전의 하나였던 1964년의 신문윤리위원회법안 저지의 힘을 모아 튼튼한 기반을 확보했던 ‘신문윤리위원회’가 어려움 가운데서도2) 신문윤리의 자치활동을 유지해오다가 최근 들어, 신문매체로 인한 독자불만의 해결을 위해 준 제3자적 기구로서 독자불만처리위원 제도를 발족시켰다. 즉, 신문윤리위원회는 2004년 3월, 신문이나 뉴스통신의 보도내용 및 광고내용이 신문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을 위반한 경우에 발생할 독자들의 불만사실 처리업무에 관해 ‘독자불만처리위원 운영규칙’을 제정하고 독자불만처리의 대상과 절차 및 위원의 위촉과 임무에 관한 규정을 갖추었다.
이 발제문은 우리 나라의 특수한 환경과 사회적 조건 아래 이 제도를 정착시키고 그 발전 방향에 관한 화두(話頭=최근의 전문용어로 ‘의제’)와 제안을 주로 담고 있다.
*1) 日本新聞勞動組合連合,‘報道評議會に關する新聞勞連原案’, 2000년 9월,(http://www.shinbunroren.or.jp/hyougi01.htm)
*2) 신문윤리위원회의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언론윤리지도활동은 소위 신군부의 혁명입법인 언론기본법에 따라 출범한 언론중재위원회라는 모호한 성격의 기구에 의해 크게 위축되었다.
2. 독자불만의 원인과 불만대상
(1) 독자불만의 발생 원인
매스미디어의 활동으로 인한 독자 불만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 배경과 근본원인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첫째, 언론기관이나 언론인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스스로 사회정의의 실현에 노력하고 있고 범죄 억제와 피해 예방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언론은 범죄 사건의 피의자나 체포된 혐의자를 사회의 ‘적’으로 일찌감치 단정하여 그들에게 경칭을 쓰는데 매우 인색하며 ‘무죄추정의 원칙’3)을 따르지 않은 채, 언론이 주도하는 여론재판으로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게 다반사(茶飯事)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이 무죄 판결을 하게 되면, 그 때마다 늘, 언론은 자기 비판과 반성을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큰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여전히 언론은 재판관 행세를 하며 권선징악(勸善懲惡)에 나서기 때문에 독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계속된다.
사법의 논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그대로 보도에 적용하면 범죄 사건의 대부분을 보도하기 어렵게 되고 선의의 일반 사람을 범죄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언론은 ‘알권리’의 대상을 결정하고 그것을 시의 적절하게 판단하여 보도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도는 무죄추정의 이념을 존중하면서도 사건 개요를 가감 없이 보도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독자불만은 감소될 것이다.
둘째, 언론의 상업주의가 그 원인이다. 언론은 발행부수를 올리고 시청율을 높이기 위해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폭력과 성문제의 보도를 오히려 즐기고 있고, 남성지배문화의 온존에 따른 남성우대풍조로 인해 여성의 인권을 멸시함으로써 독자의 불만을 야기한다. 우리의 언론윤리강령이나 실천요강 어디에도 여성의 상품화나 성적 차별을 경계하는 내용이 부족한데 이 점은 독자불만처리기구의 제도적 정착과 더불어 실천요강의 보정(補正)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사적 소유가 대부분인 신문사는 말할 것도 없고 공공 소유가 대부분인 방송사까지도 광고수입의 극대화를 통한 이윤 추구에 여념이 없는 상태에서 언론사가 영업의 자유를 희생하고 이윤추구를 포기하면서까지 독자의 인권만을 보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지만 언론기관이 지나치게 상업적 지향으로 내달리게 내버려두면 헌법 21조에 규정한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만의 자유로 축소되고 결국은 언론사업(言論事業)의 자유에 일반 사람의 언론자유는 매몰되어 본질이 실종될 수밖에 없다.
독자가 원하는 것을 공급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언론이 자행한 일반 사람의 인권침해를 외면하려는 언론은 ‘재미’있는 정보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재미’의 확대재생산에만 열중하겠다는 말인데 이렇게 되면 언론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공성을 포기하고 이윤 극대화를 위한 상업성에 굴복하여 독자들로 볼 때는 ‘인권침해의 응원단‘이 되고 만다. 그러니까, 독자불만처리제도의 도입은 시장경제사회인 우리 사회의 언론이 공공성과 상업성의 항상적 긴장 관계를 내부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철학을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미디어의 집단적 획일주의가 인권침해를 가속화한다. 미국의 저명한 사진기자인 W. Eugene Smith(1918-1978)는 ‘새 떼가 전깃줄에 앉아 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날아오르면 모두 날아오르고 한 마리가 다시 돌아와 앉으면 모두 돌아와 앉는 것이 매스미디어의 모습이다.’라고 하여 떼거리 저널리즘(pack journalism)을 잘 묘사한 적이 있다. 이것은 언론이 획일적인 보도로 개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명언인데 이러한 언론의 행태가 독자 개인의 인권침해에도 그대로 나타나 특정의 언론 혼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매체가 독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여 불만을 야기하기 때문에 그 처리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특히, 한국언론의 경우에 매스미디어의 취재독점 카르텔 체제를 웅변으로 알려주는 출입처 중심의 취재관행이 미디어의 집단적 획일화를 촉진하는 온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언론의 집단행동에는 일정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 우리 언론은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하여 검찰이나 경찰 등의 출입처 취재에 대부분의 정보를 의존하고 있고 기존매체의 언론사별 독자 취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에서 언론의 집단적 가해에 의한 보도피해나 독자불만처리와 같은 구제는 어려워진다.
떼거리 저널리즘의 극복과 언론의 다양성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신문윤리위원회가 다수파나 대세에 순응하는 보도자세를 가진 언론사를 향해 제기되는 불만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으로, 소수파나 심지어는 이단(異端)의 시각을 가진 언론사가 제기하는 불만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수·처리하는 것도 기대해 볼 문제다.
넷째, 미디어가 폭발하고 있는 정보사회 환경도 독자들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원인이 된다. 정보사회의 맥락에서 한 신문의 보도는 그 신문의 독자에 한정되는 정보가 아니라 인터넷망을 타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에게 신속히 전달되며 특히, 은사의 경우에는 한 사람을 마구 벗겨 길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 정보관리사회의 출현으로 현대의 언론은 국가기관이나 대조직이 튼튼하게 구축한 정보보호망을 애써 뚫고 들어가 많은 독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내오는 대신에 그들 대형 취재원(取材源)의 발표에 의존하여 정보를 받고 이를 가공하여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소구(訴求)하는데 만족하고 있다. 그래서 정보관리기술이 뛰어난 취재대상조직은 공개되어야 할 정보를 꼭꼭 숨기고 발표 정보는 홍수를 이루지만 언론은 게이트키핑 등의 정보여과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는다. 한편으로, 언론은 정보사회의 약자인 소조직이나 개인을 먹이로 삼아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가공 또는 증식함으로써 그 취재보도 대상이 된 독자에게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독자불만처리기구가 현재의 사회환경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문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3) 프랑스 인권선언(1789) 제9조는 ‘모든 사람은 누구든지 유죄를 선고받을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고 밝힌 지 200년이 훨씬 지났다.
(2) 독자불만의 대상
독자불만이 제기되는 대상은 독자의 인권과 직접 관련을 갖는 것이 대부분으로 범죄보도, 과열취재, 은사의 침해와 명예훼손, 과도한 성적 표현 등에서 찾아질 수 있다.
첫째, 범죄자의 실명을 포함하는 범죄 상황의 상세한 보도로 인한 불만은 피보도자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 문제제기 조차 쉽지 않다.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피보도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억울해도 스스로 보도피해를 호소하는 것이 곤란하고, 또 소송을 제기하려고 해도 소송 절차의 개시와 진행에 수반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를 단념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범죄 피해자나 그 가족의 은사를 침해하는 보도나 지나친 취재 활동은 2차 피해의 발생과 피의자?피고인의 가족에 대한 동일한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하고 소년 피의자의 실명 보도는 범죄자의 사회 복귀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둘째, 과열취재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질 때 스토킹(stalking)을 비롯한 사생활의 평온 침해, 수사정보의 누설과 추측 보도에 따른 진실 호도, 집단적 광기(狂氣)의 선동과 지역 민심의 소란, 특정인에 대한 범인시(犯人視)와 여론 몰이, 저명 인사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戱畵化), 공무집행중인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보도피해로 인한 각양 각색의 독자 불만이 비등할 수 있다.
셋째, 선정적 보도의 성행으로 인한 은사의 침해가 독자불만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은사의 침해는 때때로 공연성(公然性)이 크고 비방의 목적을 띠며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경우에는 상대의 명예훼손 고소에 따라 사법 절차에 회부되는 경우를 빼더라도, 보도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몰래녹음기나 몰래카메라를 사용하여 도청(盜聽)·도촬(盜撮)하거나 사인(私人)의 사사로운 일에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여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공표를 함부로 행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①불행한 사건·사고의 희생자 가족들이 비탄에 잠긴 모습을 촬영·보도하여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 ②병원 당국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고 피해자를 인터뷰하거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입원 사실을 공표하는 일, ③저명인사라는 이유로 장례식에 무례히 잠입하여 장례식장이나 빈소 내부를 취재·보도하는 일, ④법정 취재에서 입수한 소송당사자나 증인의 가정생활, 성생활, 재정상태, 임신능력 등을 포함하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sensitive data)'를 보도하는 일, ⑤취재대상이라는 이유로 특정인을 협박하거나 미행하며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일, ⑥어떤 사람(특히 여성)이 유명 연예인 또는 명사(名士)라는 이유만으로 망원렌즈를 사용하여 사유의 영역에서 휴식하는 장면을 찍는 일, ⑦인터뷰를 원하지 않는 보도대상자에게 매복 인터뷰를 시도하여 무척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 등 은사 침해의 사례는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특히, 공인이 아닌 사인인 피의자의 사진 촬영에서 그 얼굴을 식별할 수 있게 찍는 것은 명백한 은사 침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은 피의자의 동의 없이 버릇처럼 의례 카메라를 들이대 왔는데 이 역시 독자불만제기의 대상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3. 독자불만처리제도의 필요성과 조직
(1) 필요성 검토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보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매스미디어의 취재와 보도에서의 인권침해 또는 불만이 발생하면 법관에 의한 재판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한, 언론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적으로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과 국내법상으로는 각종단체의 기본권 보호 활동에 비추어 자율규제기구가 수용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를 하지 않으면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정부 차원의 인권구제기관이 미디어의 인권침해에 대한 상담이나 알선 등을 통해 보도피해의 구제와 불만의 처리에 나설 수 있을 만큼 인권보호정책이 정착·발전되고 있으므로 신문이나 뉴스통신 분야의 독자불만처리기구가 시급히 활성화되어야 할 단계(段階)가 된 듯하다.
현재도 주요 언론사는 법률고문단이나 독자상담실 또는 사내 옴부즈맨 등의 이름으로 사내 자율규제기구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독자불만 처리 기능을 맡게 하고 있지만 제3자 기구가 아닌 한, 그 실효성에 의문은 있다. 사내의 독자불만처리기구만으로는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독자의 신뢰성을 획득하기 어렵고 그 기구 구성원이 사내의 조직원간 역학 관계에서 편집국 실무자를 능가하거나 대등한 권한을 갖기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차제(此際)에,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독자불만처리위원 제도를 도입한 것은 언론 각사가 권력으로부터의 감시와 통제를 사절하고 보도피해의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게 하는 시발(始發)로서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이 기구가 실무 처리에서 가능한 한, 중립적인 제3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하여 언론사를 편들지 않고 업무 자체의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보도피해의 구제와 언론불만의 해결을 도모한다면 독자의 인권 신장과 언론민주화 모두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언론기관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반이 되고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받고 있으며, 그 영향력도 매우 크기 때문에 그에 비례하여 독자에 대한 책임 또한 무겁다. 돌이켜 보면, 매스미디어는 지금까지 사회 각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 문제를 조명하여 공권력을 행사케 함으로써 인권을 옹호한 공로가 있다. 하지만 이제, 언론은 그 자신의 그림자에 가려진 취재대상자의 인권 침해와 독자들의 불만을 파지(把持)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독자불만처리기구를 조직하고 보도피해를 최소화하는 자주적인 대응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
독자불만처리기구의 구성만으로 언론에 의한 인권침해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기구가 순수한 의미의 제3자 조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독자들의 신뢰를 축적하기 위해서 불만처리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언론사와 독자간 중간자적 성격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2) 외국의 조직 사례와 우리의 독자불만처리위원
1) 논의의 전개를 위해, 우리의 독자불만처리기구와 비교될만한 외국의 대표적인 조직 사례 두 가지만 들어보겠다.
(A) 영국 언론불만처리위원회(Press Complaints Commission)4) : 자율규제기관의 성격을 가진 이 위원회는 현재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장은 재정을 지원하는 '영국언론재정표준위원회(PRESSBOF)'5)가 임명하고 기타의 위원은 언론대표와 공중대표로 나누어 독립적인 전형위원회가 임명한다. 위원은 언론사의 경영이나 이해와 무관한 사람이어야 한다. 위원회의 임무는 신문이나 잡지 등 정기간행물에 언론행위규범을 준수하게 하는 것으로 보도기사의 언론행위규범(기사의 정확성, 은사의 침해 금지, 부당한 정보수집의 금지 등) 위반을 단속한다.
사건의 처리순서는 신청을 접수·심사하고 행위규범 위반에 해당할 경우에는 신청서를 해당 편집인에게 보내 해결을 도모한다. 쌍방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다시 조사를 행하고 불만제기자를 지지할 경우에는 해당언론사에 대한 비판을 재정(裁定=adjudication)한다. 불만 처리를 위한 강제조사권은 없다. 조정이 성립된 경우에는 정정, 사과, 신청인의 편지 또는 추가기사의 공표를 행하고 비판결정이 난 경우에는 재정결과를 공표한다.
(B) 스웨덴 언론옴부즈맨(Press Ombudsman)과 언론평의회 협의기구(Swedish Cooperation Council of the Press)6) : 두 기구 모두 민간 자율조직이다. 옴부즈맨과 옴부즈맨보(補)는 각각 1명씩이다. 옴부즈맨은 국회 수석 옴부즈맨, 변호사협회장, 언론3단체(전국언론클럽, 기자협회, 발행인협회) 합동위원회 회장으로 구성된 전형위원회가 임명한다. 언론평의회 위원은 모두 14명이다. 이 가운데 의장 1명과 부의장 3명은 언론3단체 합동위원회 회장이 임명하고 위원 10명은 언론 3단체가 각각 2명씩 6명, 국회 수석옴부즈맨과 변호사협회장이 각각 2명씩 4명을 임명한다.
언론옴부즈맨의 임무는 업계가 정한 ‘신문에 관한 선량한 관행’이라는 이름의 언론규범 위반에 대한 불만을 접수하여 조사하고 조정하는 일이고, 평의회는 사건의 심사와 판정을 행한다. 언론이 준수해야 할 규범에는 기사의 정확성, 반론의 관대한 취급, 은사(隱私)의 존중, 사진의 정당한 사용, 성명의 적절한 공표 등이 포함된다.
언론옴부즈맨은 불만을 접수하여 조사·조정을 행하고, 해결되지 않는 사안을 평의회에 이송한다. 평의회는 심사를 통해 언론규범의 위반여부에 대한 판정을 한다. 옴부즈맨이 기각한 사건에 대한 재심은 개인이 언론평의회에 직접 요구할 수 있다.
피해구제방법은 언론평의회가 언론규범위반을 인정할 경우에 비난판정문을 공표해야 하고 규범을 어겼을 때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평의회의 결정에 대한 불복은 제기할 수 없다.
*4) Press Complaint Commission, How to Complain, PCC, London, U.K. 2002.
*5) 이 위원회는 언론불만처리위원회의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언론사(신문과 정기간행물 발행사)로부터 일정한 부과금을 징수한다. 양 단체의 관계에 대하여는 ‘유일상(저), 언론정보윤리론, 아침, 2001.’을 참고할 것.
*6) 유일상, 언론정보윤리론, 아침, 2001, pp.143-146, pp.264-265.
2)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독자불만처리위원 조직
우리 나라 매스미디어의 자율규제 제도와 수준에 견주어 볼 때, 언론의 인권침해 문제를 모두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단계에서도 독자불만처리기구가 매스 미디어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 폭넓고 적극적인 구제를 하게 시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독자불만해결과 언론피해의 적극적 구제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매우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범인 보도에서의 오보를 포함하여 명예 훼손의 피해도 심각하기 때문에 독자불만처리기구는 보도 내용의 진위나 취재 내용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표현의 자유와 보도의 자유를 실효성 있게 지켜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독자불만처리기구에 이 일들을 떠맡기는 것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이다.
제3자적인 자율규제 기구의 언론불만처리가 가장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언론의 인권 침해에 대한 신문윤리위원회 차원의 구제제도 모색은 타율 중심의 언론규제가 당연시되는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 자율규제의 수준을 높이고 재판을 통한 언론불만의 해결을 줄이는 비교적 생산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취재준칙(제2조)’과 ‘범죄보도와 인권존중(제7조)’ 등에서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 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과잉 취재에 의한 사생활의 평온 침해 등을 금하고 있다. 이 강령을 위반하여 독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타당성 있는 불만을 야기한 언론 쪽에 그 피해의 구제와 불만의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일이다.
언론에 의한 인권침해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 재판을 고려할 수 있고, 그것을 말릴 정당한 이유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재판 절차를 밟기 어려운 피해자나 불만제기자를 위해서는 여러 민간 단체나 변호사 단체 등에서 광범한 소송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국가도 재정을 지원하거나 법률적 부조를 대폭적으로 확대하여, 사법에 의한 구제가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재판이 능사는 아니다. 언론자유가 재판에 회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언론윤리에 맡겨진 사회적 요구이다. 그러므로 신문윤리위원회가 주도하는 자율적인 언론피해구제와 불만의 처리는 많은 언론기관이 이 제도를 받아들여 신속하게 인권침해와 불만을 구제하는 구조를 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기관의 자율규제에 의한 독자불만의 처리나 언론피해의 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인권 구제 기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취재·보도를 위축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독자불만처리기구가 빨리 제도적으로 정착하여 독자불만을 처리하고 그 처리결과에 불복하는 불만제기자에 대해 법률구조상담이나 알선 등의 간단하고 쉬운 구제업무도 맡아야 할 것이다.
4. 신문윤리실천요강과 독자불만의 처리
(1) 처리기준과 처리 내용
독자불만의 처리기준은 현행 신문윤리강령과 그 실천요강이다. 신문윤리강령은 언론의 자유·책임·독립, 보도와 평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 반론권 존중과 매체 접근의 기회 제공, 언론인의 품위 등에 대해 언론이 사회와 독자를 향해 제시하는 본분의 자각과 그 완수를 다짐하는 공개적인 약속이다. 이 약속을 구체화하기 위해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취재준칙, 보도준칙, 사법보도준칙. 취재원의 명시와 보호, 보도보류사항, 범죄보도와 인권존중, 출판물의 전재와 인용, 평론의 원칙, 편집지침, 명예와 신용존중, 사생활 보호, 어린이보호, 정보의 부당이용금지, 언론인의 품위 등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취재준칙에 따르면 기자는 취재를 위해 예의를 갖추어야 하고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여서는 안되며 개인을 위협하거나 괴롭혀서는 안된다는 큰 원칙을 밝힌다. 이어 이 준칙은 신분 사칭·위장 및 문서반출을 금지하고 재난 취재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예의 및 병원 취재에서의 환자 인권에 대한 배려, 전화 취재에서의 통화 거절 수용 및 도청이나 도촬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범죄보도와 인권 존중의 조항에서는 형사피의자의 인권 존중, 정신이상자의 익명성 보장, 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보호, 피의자와 참고인의 촬영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이 기준에 위반한 행위는 독자불만처리위원의 업무처리대상이 된다.
(2) 처리과정
독자불만처리위원 운영규칙(이하 ‘운영규칙’이라 함.)에 따르면 독자불만처리절차는 다음과 같다.
1) 불만사유와 불만내용을 서면으로 독자불만처리 위원에게 제출(독자불만을 제기하는 독자가 보도 후 60일 이내)
2) 제기된 불만의 처리 가능성에 대한 사전 심의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조사와 심의에 착수하고 제기자에게 서면 통보.)
*(근거 없는 불만 또는 처리위원의 처리 불가에 상당한 이유--->처리불가 이유의 통보 및 처리가능 기관에 대한 안내.)
3) 이유 있는 불만의 처리
기사의 이해당사자가 불만제기자인 경우---> 해당 언론사와 이해상대방에 불만접수사실과 제기된 불만내용을 통보하고 의견 표명을 요구(2주일 내)--->쌍방 주장과 내용에 대한 심의--->윤리위원회에 결과 회부.
4) 윤리위원회의 처리
*불만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기각(독자불만처리위원이 각 당사자들에 통보)
*불만이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때--->① 주의, ② 비공개경고,③공개경고, ④정정, ⑤취소, ⑥사과, ⑦관련자에 대해 윤리위원회가 정한 징계의 요구, ⑧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시정하지 않은 언론사에 대해 윤리위원회는 윤리위원회의 기간단체 회원사일 경우, 회원자격의 정지 또는 제명 요구(단, ⑧은 신문윤리위원회 정관 제33조에 의거한 서약서 제출 언론사에 한함)
(3) 문제점
현행 운영규칙을 보면 독자불만처리위원은 신문윤리위원회의 업무를 보조하는 기관으로써 신문윤리위원회의 제재조치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에 멈추고 있다. 그러나 신문윤리실천요강이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취재준칙은 취재방법의 윤리적 한계를 정해주는 지침이기 때문에 취재대상자인 독자 일반이 입게 될지도 모르는 피해를 줄이는데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재의 피해는 많은 범죄 사건에서 취재자가 집단적으로 한 사람의 피의자에게 몰려들어 인권을 유린하거나 집단적 괴롭힘을 주는 것을 막아야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보도준칙 등에 위반한 제반 보도피해와 그에 따른 독자불만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범죄 피해자 등에 대한 보도로 인해 발생한 은사의 침해를 구제하기 위해 조정, 중재, 권고, 소송 지원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야 한다.
나아가 독자불만처리기구는 신문윤리실천요강의 취재 준칙에 열거한 사항이 아니더라도 윤리강령 전반에 흩어져 있고 인권 구제 기관이 일반적으로 도모하는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과 관련된 불만도 처리해 주어야 한다.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 피의자?피고인의 가족, 청소년 피의자?피고인등의 취재와 보도에서 은사의 침해나 과격 취재 등에 따른 불만도 짚어야 한다. 이들 취재대상자들은 스스로의 인권을 지켜 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신문이 이 준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거나 독자가 이 기준의 적용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 독자불만처리위원은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독자불만처리위원은 신문윤리위원회의 불만처리결과에 따라 운영규정 제9조에 따른 제재에서 더 나아가 각 언론사의 자율적인 정정보도 또는 사죄광고 게재 등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독자불만처리위원이나 신문윤리위원회가 보도피해와 같은 인권 침해에 대한 적극적 구제를 게을리 하게 되면 정부의 직접 개입이 불을 보듯 뻔하고 그만큼 우리의 언론자유는 위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5. 독자불만처리기구의 안정성 확보 방안
(1) 정부로부터의 독립적 위상 확보
우리 나라에는 언론중재위원회라는 준국가적 기구가 반론권, 정정보도청구권, 추후보도청구권 등의 액세스권 행사를 사전 조율함으로써 독자 불만의 일부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구는 위원의 선임을 비롯하여 운영비 조달 등의 문제에서 언론계의 자율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 위원회의 중재가 매체활동에 대한 사전 검열은 아니지만 액세스권을 이용한 독자의 제2차적 언론권 행사에 개입함으로써 후속되는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 기구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또, 이 위원회의 위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임명하고 있고 그 운영은 방송광고수입 중의 일부를 준조세적 징수방법으로 확보한 방송발전기금으로부터 조달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제도자체의 성격에서부터 행정권력의 영향력이 막강함을 부인할 수 없다.7)
언론중재위원회는 반론보도청구권 등의 행사에 많은 공헌을 하였지만 언론침해 사항에 대한 심의 기능까지 가짐으로써 언론의 자율규제기구로 착실한 위치를 구축해온 신문윤리위원회를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려고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8) 또한, 언론중재위원회제도는 언론자유와 검열제를 부인한 헌법을 위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 결정도 언론의 자율규제와는 거리가 먼 통제일 수밖에 없다. 세계언론평의회협의회(WAPC)는 1998년에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에 대한 확신 부족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이 기관의 성격이 모호함을 지적하였다.9)
그러므로 신문윤리위원회 산하의 독자불만처리기구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조사 권한을 가진 인권보호기관으로 자리를 잡아야 언론계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다른 기본권과의 충돌을 조정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명실상부한 자율적인 인권보호기관이 될 수 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것이 그 존재의 첫 번째 이유인 만큼 언론의 자립과 자율 및 자치를 간섭하는 정부권력은 그것이 어떤 형태로 어떤 논리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것이 언론윤리기구의 기본철학이어야 한다.
*7) 유일상, ‘반론권 제도와 그 개선방안’, 헌법학연구 제9집 제4호, 한국헌법학회, 2003, pp.302-304.
*8) 팽원순, 한국언론법제론, 법문사, 1996, pp.241-243.
*9) www.presscouncil.org.au/pcsite/wapc.html
(2) 제3자 기관으로의 지향
언론계를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기관이기 위해서 독자불만처리기구는 언론기관 외부의 인사들에게 그 임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신문업계가 그 스스로 권력화하거나 자신의 생존논리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민을 포함한 언론무관인사를 신문윤리위원이나 불만처리위원에 위촉함으로써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10)이 가지는 이기심으로부터의 공정을 확보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그 중간단계로 언론윤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고 특정의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있는 공평한 입장의 언론기관 관계자나 관련 학자에게 위원을 위촉하는 것도 절충적이고 한시적인 방법일 수 있다.
*10) Rawls, J., A Theory of Justice, Harvard University Press, Cambridge, MA.,1971, pp.136-142.
(3) 불만제기자의 특정
운영규칙에 따르면 불만제기자가 특정인인지 불특정 독자 다수인지 불분명하지만(제9조),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불만제기 적격자로 보도피해자 본인 또는 가족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체나 기업이 현실적으로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에 어긋난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이들 단체나 기업이 보도불만을 제기하게 하면 불만처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 또는 상업적이거나 종교적인 선전에 역이용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단체나 기업의 언론불만제기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은사권(隱私權=right of privacy) 행사나 명예훼손의 피해구제권 행사에 일종의 제약이 있는 공인(公人)의 언론피해는 약자 보호의 견지에서 따로 판단해야 한다. 고급공무원이나 정치권력자는 시간적 제약에 따른 과격 취재 등에 의해 보도피해와 같은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이들의 불만은 독자불만처리위원이 아니라 신문윤리위원회가 직접 불만을 접수하여 처리하게 함으로써 공인의 빈번한 불만제기를 줄이는 방도를 찾아 두어야 할 것이다. 공무와 관련된 과잉·과격 취재 등을 이유로 한 언론불만을 구조적으로 구제한다는 것은 자칫 보도의 사전 억제를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확실히 하자면 공직자, 대기업 고급간부 등을 망라하는 공인이 직무와 관련된 범죄피의자이거나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로 의심받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취재·보도되고 사회 일반의 논평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독자불만의 제기대상에서 제외함이 타당하다는 말이다.
윤리강령에 이 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불만처리 내규에서 이를 분명하게 밝혀 두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언론의 책임을 다하는 길이 된다. 그러나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프라이버시 문제는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으로 불만처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불만처리위원의 위상과 역할 정립
스웨덴에서는 보도피해에 대처하는 언론윤리강령과 언론평의회의 강령에 더하여 개별 언론인의 취재 보도활동에 관해 자세한 지침이 있고 이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직업언론인위원회가 있다. 앞에서 간략히 살폈지만 스웨덴에서는 1916년에 언론계 전체의 합의하에 언론윤리강령을 제정하고 그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언론평의회를 설치하여 언론의 책임을 제도화시켰지만 보도에 관한 불평이 급증했기 때문에 1969년에는 ‘일반시민을 위한 옴부즈맨’ 제도를 새로 도입했던 것이다.
‘옴부즈맨’이라는 말의 ‘옴부즈’는 대리한다는 뜻의 스웨덴말 본 뜻대로 독자와 미디어 사이에서 중재결정이나 판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 보도의 대상이 된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11) 미국형의 각 신문사별 옴부즈맨은 신문사의 입장에서 독자들과 신문사간의 이견 조정 역할을 맡는 것이므로 옴부즈맨의 본 뜻을 오해 또는 변환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각 언론사가 자기 나름대로 ‘옴부즈맨’을 둔다느니, 독자불만처리기구를 둔다느니 하는 개별 주장에 솔깃해 하지 말고 신문윤리위원회의 독자불만처리위원은 정부권력이나 각 신문사의 압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웨덴 원형의 옴부즈맨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11) 潮見憲三郞, ‘スエ-デンのオンブズマン', 核心評論社, 1979; 潮見憲三郞, ’オンブズマンとは何か,講談社, 1996; 淺野健一·山口正紀, ’匿名報道‘, 學陽書房, 1995 등. 참조.
(5) 불만제기대상의 기준 정비
독자불만처리기구의 태동은 보도피해의 구제만이 아니라 명실 상부하게 보도 피해를 발생시키는 구조를 개혁하여 보도피해를 예방하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삼아 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화답이다. 그러므로 불만제기는 언론보도의 신속한 피해 구제를 도모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의 보도 사안(事案) 가운데 오보이거나 이유 없는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 침해를 야기했을 경우 및 부적절한 성적 표현과 차별적 표현 등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오보는 아니지만 보도준칙에 따른 보도와 평론의 구별이나 선정보도에 대해서는 그 불만의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며 인터뷰나 발언의 요지를 편집에 의해 훼손시켰다는 불만에 대해서도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므로 규정의 보충이 필요할 것이다.
실천요강은 현행범인 형사피의자와 기소된 피고인의 명예 존중을 위한 경칭 사용 여부를 각 언론사에 맡김으로써(제7조) 각 사는 피고인의 유죄 판단에 있어서 수사 당국의 정보에 지나친 의존을 하게 되고 그 결과로 독자불만처리위원이 공권력이나 언론사의 인권 침해여부를 감시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대해 속수무책일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독자불만처리는 고소되었거나 사법절차에 회부된 사안일 경우에는 접수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소송절차를 존중하지 않으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소송당사자가 된 언론사가 독자 불만에 대한 조사에 협력하는 것이 오히려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소송을 제기한 독자도 윤리위원회의 언론불만처리절차를 소송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제재의 실효성 확보
운영규정은 제기된 불만에 대해 윤리위원회의 판단으로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정하고 있다(제9조) 그러나 그 제재는 독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언론윤리위원회의 불만처리도 불만제기자와 언론사간의 교섭이나 중재가 조사나 심의에 비해 폄시(貶視)되고 불만처리결과의 공개 여부를 언론윤리위원회가 판단함으로써 윤리위 판단에 대한 불만제기자의 요구에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6. 논의와 결론
독자불만처리기구의 탄생은 우리 언론의 인권 의식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우리 언론은 인권의 파수꾼으로써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이제 신문윤리위원회의 독자불만처리기구 출범과 더불어 자신이 자행하는 의식적·무의식적 인권침해의 관행이나 습관을 바꾸어야 할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러나 독자불만처리제도가 언론으로 하여금 인권문제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하여, 보도·논평의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게 해야 할 것도 주문한다. 그러니까, 언론사가 독자의 불만제기에 당황하거나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안전 보도와 자기 보신(保身)에만 신경을 쓰는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도 해야 한다.
따라서 독자불만처리제도에는 인권 존중의 지침 제시와 함께, ‘~을 해서는 안된다.’는 금지 규범에 의한 의욕 감퇴의 유도 대신에 언론이 독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각성케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제도는 언론이 권력과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게 하거나, 사회의 부정이나 비리를 눈감아 주거나,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하게 만들어 현실안주형의 퇴영적인 언론인을 만들지 않고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용기와 지혜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말하자면 오늘의 언론에 대한 시대정신은 독자불만을 방어하는 언론이 아니라 독자 권익을 위해 낡은 취재관행을 공격하는 언론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론의 요지는 독자불만처리위원이 언론사와 수용자 사이의 사회적 평등을 담보하는 확실한 장치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연컨대, 매스미디어에 대한 인권 침해를 비롯한 불만의 처리는 재판 절차에 회부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문윤리위원회와 같은 자율적인 기구가 맡아 그 구제 절차를 이끌면서 상담, 알선, 지도 등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재판 절차를 이용하기 어려운 불만을 가진 독자나 보도피해자를 위해서는 변호사 단체를 통한 적극적인 소송 지원도 해주고 법률구조활동도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발제문은 광고윤리강령이나 그 실천요강에 대한 논의를 의도적으로 삼갔다. 발제자는 광고가 헌법상 정신적 자유의 영역이기보다는 물질경제를 중심으로 한 상업적 자유의 영역에 속하고 광고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규제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신문윤리강령과 그 실천요강에 기초한 사회적 실천기구로서 독자불만처리위원에 대한 논의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