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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세미나]  전국 일간신문, 통신 편집국장급 세미나

2006.10.13. - 2006.10.14. / 발제자 : 김기태 / 주제 : 뉴스의 저작권과 출처 명시

조회 : 1466
  • 뉴스의 저작권과 출처 명시

    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문학부 교수)

    1. 문제의 제기  

    저작권 개념이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7년도에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함과 동시에 세계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한 무렵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작권(著作權; copyright)’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그 저작자에게 부여한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저작권의 보호란 저작물의 창작자에게 자기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그 저작물을 다른 사람이 이용할 때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필요로 하며, 그러한 허락을 얻지 않고 이용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하는 것을 뜻한다. 한승헌,『정보화시대의 저작권』(서울:나남, 1992), p.21.
    근대 이전까지의 저작권 보호는 인쇄술에 의한 복제물, 즉 출판물로부터의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저작물을 수록하여 전달하는 매체의 증가와 더불어 저작권 침해의 대상이 인쇄매체로부터 전기·전파매체에서 전자적 장치로까지 넓어지는 결과를 가져 왔다. 그러한 뜻에서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나 기술, 즉 매체의 발달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현대적 의미의 저작권법은 창조적인 작업에 대해 저작자나 그것을 유체물로 변형시킨 메시지 전달자들만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저작물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는 물론 책임까지도 정해서 규율해 주는, 이를테면 문화활동에 있어서의 기본이 되는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권리란 ‘법에서 인정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에는 크게 보아 공권(公權)과 사권(私權)이 있다. 저작권은 저작자 개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여된 것이므로 사권에 해당된다. 그리고 사권은 재산권과 인격권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개인의 재산적·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재산권에는 민법상의 물권과 채권이 대표적이며 양도나 상속이 가능한 반면, 인격권은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개인의 일신에 전속하고 양도나 상속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저작권에는 재산권과 인격권이 포괄되어 있어서 그것을 분리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저작권은 물권에서처럼 유체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무체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반적인 소유권은 영구적인 데 비하여 보호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저작권은 특허권 등과 함께 무체재산권 또는 지적소유권, 지적재산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특허권·실용신안권·의장권·상표권 등의 공업소유권 혹은 산업재산권은 그것이 개인의 권리보호뿐만 아니라 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특허법 제1조(목적) 이 법은 發明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실용신안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실용적인 考案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의장법 제1조(목적) 이 법은 意匠의 보호 및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의장의 창작을 장려하여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상표법 제1조(목적) 이 법은 商標를 보호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의 신용 유지를 도모하여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특허청에 등록해야만 권리가 발생하지만,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은 문화의 향상 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어떠한 절차나 요건이 필요하지 않고 오직 저작물의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성질이 다르다. 아울러 저작권법이 단순히 저작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저작권자와 이용자 사이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율하여 주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한편, 법적 제재의 영역에 속하지는 않지만 “언론계에 있어 관습으로 행해지고 보편화되어 있는, 일종의 사회적 강제성을 띠는 준칙”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곧 ‘언론의 윤리’이다. 김동철,『자유언론법제연구』(서울:나남, 1987), p.293.  이는 곧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 일상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도덕적인 기준”이다. 신문·통신·잡지·방송·출판·영화·광고 등 각종 언론은 대중의 사회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언론 윤리가 잘 지켜지느냐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언론윤리강령은 크게 보아 언론의 이념과 편집의 기본원칙을 제시한 강령, 취재 보도와 관련하여 언론인이 지켜야 할 행동준칙, 그리고 실제 보도 및 프로그램 제작의 지침을 구체화한 실천기준 등을 나눌 수 있다. 한병구,『언론과 윤리법제』(서울:서울대학교 출판부, 1995), p.73.
    이처럼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지킬 것을 약속한 언론윤리강령과 강제적 기준을 정한 각종 법률이 존재하지만, 디지털 환경이 급속히 팽창하고 정보의 양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면서 우리 언론계는 법과 제도만으로는 규율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쟁은 인터넷 언론까지 급팽창하면서 한층 가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언론보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 저작물’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를 중심으로 시사적 논의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


    2. 저작권 관련 개념의 이해

    (1) 저작물(著作物)
    대체적인 견해로 보아 저작물의 요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문학이나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해야 하고, 둘째로는 창작성 내지 독창성이 있어야 하며, 셋째로는 대외적인 표현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저작물이란, 특별한 요건을 갖춘 것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이든 학술적이든, 혹은 예술적이든 개인의 독창성이 엿보이는 것으로서 이용 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영국이나 미국의 판례에 의하면 저작물의 표현이 타인의 저작물의 표현으로부터 복제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노력, 기능 및 자본이 투입된 결과이면 된다고 해석되고 있으며,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보다 더 높은 수준, 즉 비교적 창작성이 낮은 평범한 수준의 저작믈에 대해서는 저작권의 성립을 부인하는 등 보호받을 만한 상당한 창작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것의 수준에 관계없이 저작권은 내포되어 있으며, 어떤 절차나 방식이 필요 없이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생긴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한편, 저작물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원저작물로 하여 2차적 저작, 즉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등의 방법으로 재창작할 수 있으며(제5조), 여러 저작물을 선택하여 창작적으로 배열함으로써 편집저작물을 만들 수도 있다(제6조). 이러한 2차적 저작물이나 편집저작물도 엄연한 저작물이므로 그것을 작성한 사람 역시 저작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원저작자의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미리 이용에 따른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2) 저작자(著作者)
    사실상의 저작행위를 함으로써 “저작물을 창작해 낸 사람(creator of a work)”이 저작자(author)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숨겨져 있던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발견하였거나 발굴해 낸 사람, 저작물의 작성을 의뢰한 사람, 저작에 관한 아이디어나 조언을 한 사람, 저작을 하는 동안 옆에서 도와주었거나 자료를 제공한 사람 등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저작물의 내용이나 수준은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직업적인 문인이나 학자, 또는 예술가가 아니라도 저작 행위만 있으면 누구든지 저작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상 무능력자로 취급되는 미성년자나 정신이상자라 할지라도 저작행위를 하였으면 저작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저작자에는 자연인인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 또는 법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저작물에는 1차적 저작물뿐만 아니라 2차적 저작물과 편집저작물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저작물의 작성자 또한 저작자가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저작자와 저작권자는 다를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즉, 제14조의 규정에 따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되므로 별 문제가 없지만 저작재산권은 전체 또는 부분적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도 있으므로 그럴 경우에는 일정 권리를 양도받은 사람이 저작재산권자가 될 수 있다. 한편, 저작권법에서는 이 조와 관련하여 저작자 등의 추정(제8조)과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자(제9조)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3) 방송(放送)
    여기서의 방송(broadcasting)이란 무선통신에 의한 방송뿐만 아니라 유선통신에 의한 것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무선에 의한 방송이란 라디오처럼 소리만을 방송하는 것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처럼 영상까지도 방송하는 것이 대표적이며, 유선에 의한 방송이란 케이블 텔레비전(CA TV)이나 유선에 의한 음악방송, 또는 폐쇄회로에 의한 텔레비전(CC TV) 등을 말한다. 따라서 유선이든 무선이든 확성기, 즉 마이크 장치를 이용하는 경우 일단은 방송의 범주에 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송신되는 것만 방송에 해당되며, 이시적(異時的) 혹은 쌍방향적인 것은 이번에 새로 생긴 ‘전송’의 개념에 포함된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요사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인터넷 방송의 경우 이것이 공중파 방송과 마찬가지로 동시 송신되는 경우에는 ‘방송’으로 볼 수 있지만, 이시적 혹은 쌍방향적인 송신의 경우 ‘전송’으로 분류된다.

    (4) 전송(傳送)
    2000년도 개정저작권법에서 신설된 개념. 이는 “일반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뜻하므로 국내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인터넷 등 온라인상의 저작물 송신을 고려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5) 공동저작물(共同著作物)
    하나의 저작물에는 그것을 작성한 사람이 하나인 경우, 즉 단독 저작의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자가 여러 사람인 경우도 있다. 이럴 때 공저(共著)라는 표현을 쓰는데, 여기서 말하는 공동저작물(joint work 또는 work of joint authorship)이란, 단순히 저작자가 여러 명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하나의 저작물을 작성한 저작자의 유형에 따라 흔히 ‘저(著)’ 또는 ‘지음’, ‘역(譯)’ 또는 ‘옮김’, ‘편저(編著)’ 또는 ‘엮음’ 등의 단어가 따라붙는다. 여기서는 순수한 창작인가, 아니면 다른 언어로 옮긴 것인가, 또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여러 편의 저작물 중에서 가려 뽑아 그것을 엮어 새로운 저작물을 작성하였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만약에 저작자가 한 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이라면 저작자의 표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공저(共著)’ 또는 ‘공역(共譯)’, ‘공편(公編)’ 등이 그것인데, 이런 경우의 저작물을 일단 공동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작자가 두 사람 이상인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성질을 살펴보면 사뭇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같이 작성하였지만 각각의 저작자가 각자 작성한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저작물 속에서 누가 어디까지 작성하고 어디까지 손대지 않은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작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앞의 경우인가 뒤의 경우인가에 따라 그 권리의 주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한 점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제15조의 규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공동저작물’이란, 바로 뒷부분에서처럼 두 사람 이상이 작성한 저작물이면서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을 밝혀 내기 어려운 저작물을 말하며, 앞의 경우처럼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이 명확한 것은 결합저작물의 형태로 보아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에 대한 단독저작물로 파악해도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여러 사람이 작성한 저작물이라 할지라도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할 수 있을 때에는 공동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글과 그림이 어울려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졌을 경우, 글과 그림을 따로 분리해서 사용해도 무방하다면 글의 저작자와 그림을 그린 사람을 단독 저작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해도 무방한 것이다. 아울러 노래의 경우에도 작곡자와 작사자가 다르다면 작곡 부분과 작사 부분은 같이 실연될 수도 있지만 경음악, 또는 가사집으로 별도 이용이 가능하다면 공동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경우에는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에 대한 저작권이 별도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동저작물이란, 저작자가 두 사람 이상이면서 그들의 저작 부분을 분리할 수 없는 저작물을 뜻하는 것이다. 물론 둘 이상의 법인이나 단체가 공동으로 저작에 참여하는 형태도 있을 수가 있다.
            
    (6) 발행(發行)
    발행(publication)이란, 앞서 살펴본 복제와 배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반 공중의 수요를 위하여’ 이루어지는 복제 및 배포는 모두 발행에 포함되며, 아울러 발행은 공표의 개념에 포함되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기간의 산정, 저작권의 제한, 법정허락 등의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발행이 정당한 권리를 얻은 사람 또는 단체나 법인에 의해서 이루어졌을 때에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얻지 않은 경우에도 성립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즉, 누군가가 남의 저작물을 불법적으로 이용하여 발행하였을 경우에 보호기간의 기산, 저작권의 제한, 법정허락 등에 있어서 정당한 권리자인 저작자나 저작권자의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호 기간에 있어서 제37조에 의한 무명(無名) 또는 이명(異名) 저작물, 제38조에 의한 단체명의저작물, 제77조에 의한 영상저작물의 저작재산권 등은 공표한 때로부터 50년간 존속한다.
    둘째, 저작권의 제한에 있어서 제6절에 규정되어 있는 모든 제한 사항은 공표된 저작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셋째, 법정허락에 있어서도 제9절의 규정에 의하여 공표된 저작물의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7) 공표(公表)
    공표(disclosure)란, 수단을 불문하고 공중이 저작물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방법으로 저작물을 발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연·방송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일반 공중에게 저작물을 공개하는 행위가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공표는 발행을 포함하는 개념이지 발행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8) 어문저작물(語文著作物)
    어문저작물(literary work)은 독창적으로 ‘쓰여진 저작물(written work)’ 전체를 뜻한다. 따라서 말과 글로 이루어진 저작물로서 시·소설·수필은 물론 평론·희곡·시나리오 등 이른바 문학의 범주에 드는 모든 장르를 포함하며, 강연이나 연설처럼 말로써 이루어지는 것도 포함한다. 또한 글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여 문학 또는 예술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인 연구물까지도 해당되며, 암호문서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말이나 글로써 풀어질 수 있는 것과 실제의 음성적 표현이 아닌 수화(手話) 따위도 어문저작물이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어문저작물이라 함은 유형적인 문서형태의 것뿐만 아니라 구술(口述)에 의한 것처럼 무형적인 형태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며, 그 저작물이 순수문학적, 학술적, 기술적 또는 단순히 실용적인 성격을 가지는지의 여부는 물론 그 가치나 목적도 묻지 않는다.

    (9) 사진저작물(寫眞著作物)
    사진저작물(photographic work)은 빛이나 기타 방사선에 감응하는 표면 위에 제작된 실물의 영상을 말하며, 그것이 대상의 구성, 선택 또는 포착방법 등에 있어서 독창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어떤 사진을 놓고 그것의 저작물성, 즉 독창성 내지는 창작성을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진의 창작과정에서 투입된 저작자의 지적활동 여부를 완성된 사진의 외견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미술저작물처럼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단순한 물체의 복제에 불과하거나 실용적인 증명용 사진인 경우에는 저작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겠다.

    (10) 2차적 저작물
    저작권법 제5조에서는 2차적 저작물에 대해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 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첫째, 글 또는 말로 이루어진 저작물을 원래 사용된 언어 이외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우리 말이나 글로 되어 있는 원저작물을 다른 나라 언어, 즉 외국어로 바꾸거나 외국어로 되어 있는 저작물을 우리말이나 글로 바꿀 수 있는데, 이를 번역(飜譯, translation)이라 한다. 이 경우에 언어체계가 상당히 다르다면 굳이 외국어가 아니더라도 번역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번역은 그 내용과 문체에 있어서 충실하고 정확하게 원저작물을 표현하여야 한다. 아울러 번역자는 다른 언어를 창작적으로 다룬 점을 인정받아 별도의 저작권을 부여받는다.
    둘째, 특정 연주형태에 따라 악기 또는 가창자의 음역(音城)에 맞도록 하기 위해 이미 작성된 음악저작물의 표현형식을 조정하는 것을 편곡(編曲, arrangement of music)이라 한다.
    셋째, 미술저작물에 있어서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것을 조각의 형태로 나타내거나 조각을 그림으로 그리는 등 표현형식을 변경할 수 있는데, 이를 변형(變形, transformation)이라 한다. 따라서 건축저작물을 변형시키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한편, 넓은 의미로는 저작물의 각색이나 기타의 방법에 의한 개작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넷째, 어문저작물로서의 소설이나 일반적인 음악저작물을 영상물로 바꾸는 것처럼 이미 작성되어 있는 저작물을 다른 장르로 변형시키는 것을 각색(脚色, adaptation)이라 한다. 아울러 같은 장르일지라도 성인용 저작물을 청소년용으로 다시 쓰는 것처럼 이용의 각 상황에 따라 적당하게 변경하는 것도 포함한다. 또한 이러한 각색은 표현형식만을 바꾸는 번역과는 달리, 저작물의 구성을 변경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소설을 연극각본으로 고쳐 쓴다면 무대의 특성에 맞추어 원저작물의 구성이 불가피하게 변경될 수밖에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영상제작의 경우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여기서의 영상제작이라는 것은 영상저작물로 만드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저작물을 위한 각본화를 뜻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여섯째, 위에서 열거한 방법 이외에도 소설을 시로 표현하거나 시를 소설화하는 것처럼 ‘그 밖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렇듯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해 원저작물을 토대로 작성된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과 관계없이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즉, 2차적 저작물의 작성은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허락을 필요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원저작자의 허락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단 작성된 2차적 저작물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원저작자의 허락여부와는 관계없이 2차적 저작물의 작성자에게 부여되는 권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은 별도로 추궁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2항에서는 2차적 저작물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분명히 못박고 있는 것이다. 즉,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은 엄연한 저작재산권의 하나이다.
    결국,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한 사람이 그에 따른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절차라고 하겠다. 번역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저작물의 번역권 자체가 저작권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로를 통해 원저작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 그에 따른 원저작자의 권리 침해 문제가 별도로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하여 원저작물에서 바로 파생된 저작물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즉, 우리 글로 된 원저작물을 1차적 저작물이라고 할 때, 그것을 토대로 일본어 번역이 이루어졌다면 2차적 저작물이지만, 그 다음에 일본어 번역물을 토대로 영문 번역물이 나왔다면 그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3차적 저작물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 권리 관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3차적 저작물의 작성자는 2차적 저작물의 작성자뿐만 아니라 원저작자인 1차적 저작물의 작성자로부터도 허락을 얻어야만 정당한 권리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4차는 물론 5차적 저작물도 가능해질 수 있다.

    (11) 편집저작물(編輯著作物)
    저작권법 제6조에서는 편집저작물에 대해 “편집물(논문·수식·도형 기타 자료의 집합물로서 이를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검색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을 포함한다)로서 그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이 창작성이 있는 것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편집물’이란, 이미 존재하는 저작물 또는 기타자료 등을 수집·선정·배열·조합·편집 등의 행위를 통해 전체로서 하나의 저작물이 되도록 한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첨단기술의 산물로서 데이터베이스(database)처럼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통해 검색할 수 있는 것들도 포함되며, 그러한 것들 중에서 소재인 저작물이나 자료들을 선택하거나 배열함에 있어서 창작성이 인정되는 것들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독자적인 저작물인 편집저작물(compilation)임을 밝히고 있다.
    한편, 편집저작물은 소재의 집합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앞서 살펴본 저작물의 예시와는 다른 성질을 띠고 있다. 즉, 여러 소설가의 단편소설을 모아 한 권의 단편집으로 묶었다면 그것은 편집저작물인 동시에 어문저작물이 되며, 요사이 유행하는 가요들을 묶어 최신가요집을 펴냈다면 그것은 편집저작물인 동시에 음악저작물이 되는 것이다. 또한 편집저작물은 구체적인 저작물의 편집물일 수도 있지만, 저작물이 아닌 단순한 사실이나 자료만을 모은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문학전집(全集) 또는 선집(選集)·백과사전(百科事典)·신문·잡지 등은 저작물의 편집물이며, 국어사전 또는 영어사전이나 전화번호부 등은 단순한 사실이나 자료의 편집물이다. 그런데 편집저작물의 보호는 그 편집방법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물에 구현된 편집방법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서울지역의 직업별 전화번호부의 편집방법을 모방하여 부산지역의 직업별 전화번호부를 작성했더라도 그것은 내용 자체가 전혀 다른 것이므로 편집저작권의 침해가 되지 않는다.

    (12)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
    저작물이라고 하여 모두 법적으로 보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제도의 공공성이 법에도 반영된 결과인데, 저작권법 제7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제7조(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 등)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것은 이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1.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의 이와 유사한 것
    3.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 절차 그 밖의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        
    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
    5.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
    6. 공개한 법정·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의 연술

    저작권법은 근본적으로 저작자인 개인이나 단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인 장치이지만, 무조건적인 보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즉, 저작권법 제정의 취지에는 저작권을 보호함으로써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화의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공적인 성격도 강하게 담겨 있다. 따라서 저작물의 성질로 보아 국민에게 널리 알려 이용하게 함으로써 훨씬 더 유익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은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
    어떤 저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창작성에 있다. 아울러 저작물 작성자의 권리 못지 않게 공공적인 이익도 무시할 수 없기에 저작권법은 공익적 차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의 유형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창작성보다는 광범위하면서도 신속하게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알게 할 목적으로 신문이나 방송 등의 대중매체에 싣는 단순한 시사보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였다. 즉, 국민들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실들의 단순한 전달에 불과한 것까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므로 창작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대중매체에 실린 저작물이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닌 칼럼이나 사설, 또는 분석기사나 해설기사, 그리고 각종 문예물이나 그림, 만화, 도표 또는 투고 등과 같이 기자 또는 개인의 견해가 창작적으로 표현된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보호의 대상이 된다.

    (13)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자
    한편, 자연인으로서의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 등의 단체도 저작자가 될 수 있는데, 이처럼 단체명의저작물이 성립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저작권법 제9조에서는 이를 규정하고 있다.

    제9조<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자>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이 조에서는 “법인 등”이라 한다)의 기획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로서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하 “단체명의저작물”이라 한다)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 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다만, 기명저작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실제로는 어떠한 저작물이든지 개인의 창작 활동이 없고서는 생성될 수가 없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물을 작성한 개인이 아닌 그가 속한 법인이나 단체의 명의로 공표되는 저작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이 작성한 저작물이라고 할지라도 일정요건을 갖추었다면 그가 속한 법인이나 단체 또는 개인인 사용자가 저작자로 될 수 있다.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하면 이러한 단체명의저작물이 되기 위한 요건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법인 등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있어서 기획을 해야 한다.
    기획이란 어떤 저작물을 작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개는 그 법인 등의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의 창출에서부터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러한 저작물을 어떠한 방법으로 언제까지 작성할 것인가를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저작물 작성자는 반드시 그 법인 등에 종사하는 사람, 즉 종업원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외부의 사람에게 위탁하여 작성한 저작물은 단체명의저작물이 될 수 없다.
    셋째, 종업원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법인 등에 소속된 종업원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업무와는 관계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얼마든지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잡지 또는 신문이나 방송에 종사하는 기자가 기사를 쓰거나 일반 회사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사람이 제품안내문안을 작성하는 것은 곧 업무상의 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 누군가가 퇴근 후에 집에서 소설을 썼다면 그것은 그 개인의 저작물인 것이다.
    넷째, 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어야 한다. 위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작성자 개인의 명의로 공표되었다면 단체명의저작물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단서 조항에서도 “다만, 기명저작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예외를 인정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문사 명의로 공표되는 것이라도 거기에 저작자가 누구인지 밝힌 상태에서 실리는 문예물이나 만화, 논설, 투고 등은 그 당사자가 곧 저작자인 것이다.
    다섯째, 법인 등의 사용자와 저작물 작성자인 종업원 사이의 계약이나 근무 규칙 등에 있어서 다른 정함이 없어야 한다. 즉, 단체의 명의로 공표하더라도 저작권은 작성자인 종업원이 갖는다거나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종업원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거나 하는 특약이 있다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체명의저작물로서의 모든 요건을 갖춘 저작물의 경우라도 그것에 따른 별도의 정함이 있다면 단체명의저작물이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겠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이러한 단체명의저작물을 ‘직무상저작물(work made for hire)’이라고 해서 특별히 주문을 받거나 일정한 사용을 위해 촉탁을 받아 작성된 저작물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14) 저작재산권의 제한
    저작재산권은 저작권자의 재산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임에 틀림없지만 저작권법을 제정한 목적이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으므로 공공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의 개인적 이익과 사회의 공공적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 즉 저작물의 자유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저작재산권의 제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법이 정하는 조건에 따라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이를 외국에서는 ‘공정이용(fair use; fair dealing)’이라고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 제22조 재판절차 등에서의 복제
    - 제23조 학교교육목적 등에의 이용
    - 제24조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 제25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 제26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 제27조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 제28조 도서관 등에서의 복제
    - 제29조 시험문제로서의 복제
    - 제30조 점자에 의한 복제·배포
    - 제31조 방송사업자의 일시적 녹음·녹화
    - 제32조 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
    - 제33조 번역 등에 의한 이용

    한편, 저작권법 제34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출처의 명시’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4조<출처의 명시> ① 이 절의 규정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4조, 제26조 내지 제29조 및 제31조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하여야 한다.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이 그다지 침해되지 않으며, 이용목적에 비추어 보아 공익성이 강한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용자들이 저작권자의 재산적 권리를 일부 양보받은 것에 불과할 뿐, 재산권의 모두와 인격권까지도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특히 인격적인 권리 부분은 이용자들이 최대로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 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취지에서 제1항에서는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저작물의 출처를 정확하게 명시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저작권자의 인격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2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제26조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 또는 방송’, 제27조의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제28조의 ‘도서관 등에서의 복제’, 제29조의 ‘시험문제로서의 복제’, 그리고 제3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사업자의 일시적 녹음 또는 녹화’ 등에는 출처명시의 의무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제2항에서는 출처를 명시함에 있어서 저작물의 이용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해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이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를 인용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에서처럼 출처로서의 저자명, 책명 또는 저작물의 제목, 발행처, 발행년도, 해당 쪽수 등을 눈에 잘 띄는 부분에 주(註)로써 표시하는 것을 뜻한다. 한편, 이러한 출처명시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100조의 처벌규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15)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 : 일반적인 소유권은 보호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영구적인 것이 특징이지만, 저작권은 한 사회의 문화발전을 꾀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법에 의해 그 보호기간이 한정되는 특징이 있다.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을 산정함에 있어서 기산(起算)의 기준은 크게 ‘저작자의 사망시’와 ‘저작물의 공표시’로 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대체로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은 자연인으로서의 저작자가 누구인지 명확한 경우에는 ‘저작자 사망시 기산주의’를 취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저작물 공표시 기산주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은 저작물의 종류 및 형태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먼저, 자연인으로서의 저작자가 누구인지 명확한 경우에는 그 저작자가 살아 있는 동안과 사망한 후 50년 동안 저작재산권이 존속한다. 물론 해당 저작물이 어떤 방법으로든지 저작자가 살아 있는 동안 공표되었을 때에 그렇다는 것이며, 미처 공표되지 않은 저작물이 저작재산권을 상속 또는 양도받은 사람에 의해 저작자 사망 후 40년이 지나고 50년이 되기 전에 공표되었다면, 그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공표된 때로부터 10년 동안만 존속함을 단서로 규정하고 있다. 또, 여러 명의 저작자에 의한 공동저작물의 보호기간은 공동의 저작자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사망한 저작자의 사망 후 50년간 존속한다.
    한편, 저작자가 무명 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명으로 표시되어 있을 경우에 저작재산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망시 기산주의를 적용할 수 없으므로 단체명의저작물과 함께 공표시 기산주의를 적용하여 그 저작물이 공표된 때로부터 50년간 저작재산권이 존속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과 관련해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40조에 의해 보호기간을 계산함에 있어서 저작자가 사망하거나 저작물을 창작 또는 공표한 다음 해 1월 1일부터 기산하므로, ‘사망 후’ 또는 ‘공표한 때부터’라고 해서 바로 그 시점의 날짜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둘째, 1987년 7월 1일 이전의 구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기간이 이미 끝난 저작물은 전면개정된 신저작권법의 보호기간이 연장되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986년에 구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기간, 즉 저작자 사망 후 30년이 경과한 저작물은 사망 후 50년 동안 보호할 것을 규정한 현행법에도 불구하고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1957년 이전에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물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신저작권법 시행 이전에 공표된 저작물로서 구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기간이 끝나지 않은 저작물의 경우에, 종전의 규정에 의한 보호기간이 현행법에 의한 보호기간보다 긴 때에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며, 반대로 종전의 규정에 의한 보호기간이 현행법에 의한 보호기간보다 짧을 때에는 현행법에 의한다.


    3. 저작권법과 신문윤리강령

    현행 신문윤리강령 제8조에서는 ‘출판물의 전재와 인용’에 대해 “언론사와 언론인은 신문, 통신, 잡지 등 기타 정기간행물, 저작권 있는 출판물, 사진, 그림, 음악, 기타 시청각물의 내용을 표절해서는 안 되며 내용을 전재 또는 인용할 때에는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통신기사의 출처명시) 언론사와 언론인은 통신기사를 자사 기사와 구별하여 출처를 밝혀 사용하여야 하며 사소한 내용을 변경하여 자사 기사로 바꿔서는 안 된다.
    ② (타언론사 보도 등의 표절금지) 언론사와 언론인은 타언론사의 보도와 평론을 표절해서는 안 되며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실체적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
    ③ (타출판물의 표절금지) 언론사와 언론인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저작자의 동의 아래 인용할 경우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
    ④ (사진 및 기타 시청각물의 저작권 보호) 언론사와 언론인은 개인이나 단체의 사진, 그림, 음악, 기타 시청각물의 저작권을 보호해야 하며 보도나 평론에 사용할 경우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

    위의 신문윤리강령 제8조의 내용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저작권법 제25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한다. 즉 공표된 저작물을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의 목적으로 '인용'하는 것은 저작재산권 침해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방법이어야 한다. 여기서 인용(引用 quotation)이란 "다른 저작물의 내용 가운데에서 한 부분을 참고로 끌어다 쓰는 것"을 말한다. 특히 어문저작물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매우 흔한 것이 인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한 범위' 또는 '공정한 관행'에 관한 해석에 있다.
    먼저 정당한 범위에 대하여 살펴보면, 다른 저작물을 자기가 작성하는 저작물에 인용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또한 자기 저작물의 내용과 인용 부분 사이에는 일종의 주종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자기가 창작하여 작성한 부분이 주(主)를 이루고, 그것에 담겨 있는 주제를 좀더 부각시키거나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할 목적으로 다른 저작물의 일부를 종(從)으로서 인용했을 때에 비로소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이 성립된다. 다만, 다른 저작물의 일부라고 하는 것은 논문이나 소설 따위처럼 분량이 비교적 많아서 전체적인 인용이 불필요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며, 사진이나 그림 또는 시 따위처럼 그것의 일부 인용이 불가능한 것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공정한 관행이란, 인용부분이 어떤 의도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어떤 이용가치를 지니는가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다. 즉, 사회적인 통념에 비추어 보아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방법으로서의 인용만이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인용되는 부분을 자기 저작물과는 명확하게 구별되는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예컨대, 보도의 자료로서 저작물을 인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 자기나 다른 사람의 학설 또는 주장을 논평하거나 입증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 역사적 사실이나 경향을 살피는 글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저작물--시 또는 사진, 그림 따위--을 통째로 싣는 경우등은 바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인용에 있어서는 출처 명시의 의무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인용 부분에 대한 적절한 구분이나 출처의 명시가 부정확하다면 그것이 인용인지 창작인지를 분간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일부라도 인용할 바에는 그 부분에 인용 부호를 붙이거나 단락을 바꾸어 본문과는 다른 활자로 표시함으로써 인용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한 학술관련 전문서적이나 논문에서는 출처로서의 저자명, 책명 또는 논문제목, 발행처, 발행년도, 해당 면수 등을 적절한 위치에 주(註) 표시로써 밝히는 것이 통례이고, 이러한 의무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저작물은 신용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도 무방하다. 결국, 남의 글을 인용하고도 마치 자기의 글처럼 여긴다면 당연히 인용 부분에 대한 구분이라든가 출처를 명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그 경우에는 인용이 아니라 도용(盜用)으로 저작권 침해행위가 된다.

    * 인용의 정당한 범위 김원오, "패러디 항변을 둘러싼 저작권법상 쟁점과 과제", <계간 저작권> 2001년 겨울호(제56호), pp.18∼19.
    우선 인용의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 저작권법에서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들고 있으나 이는 예시에 불과하므로 이에 준하는 예증·해설·보충·강조를 위한 인용도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승헌,『저작권의 법제와 실무』(서울:삼민사, 1988), p.321. 한편, 인용이 비영리적인 목적에 국한되고 상업적 성질의 인용은 불가한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광고에서처럼 영리목적의 인용은 인용의 목적상 정당한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
    또, 분량과 가치 면에서 인용의 정당한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문제로서 개별사안에서 법원의 판단에 최종적으로 맡길 수밖에 없다. 다만, 인용되는 분량, 작성하는 저작물이 주(主)가 되고 인용되는 저작물이 종(從)이어야 한다는 주종관계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보도, 비평 등을 위한 인용의 요건 중의 하나인 ‘정당한 범위'에 들기 위하여서는 그 표현형식상 피인용 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가 되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0.10.23. 선고, 90다카8845 판결., 저작물의 형태, 이용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고 있다. 또, 인용부분이 자기 저작물보다도 양적으로 많은 경우에는 인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지만 일률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 인용의 목적으로부터 보아 필요한 최소한도의 인용인가의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인용하는 저작물과 인용되는 저작물이 질적인 주종관계에 있어서도 안 된다. 질적인 주종관계가 오히려 양적인 주종관계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질적인 주종관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로 양자가 시장적 경쟁관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인용하는 저작물이 등장함으로써 인용되는 저작물의 시장수요를 대체하거나 잠재적 시장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4. 맺는 글

    우리 헌법 제21조에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일찍이 우리 근대신문의 역사적 출발점으로 인식되는 <독립신문>도 1899년 4월 신문 및 신문기자의 임무와 사명에 대해 밝히고 그 실천을 촉구했던 바, 첫째 신문의 기능을 총체적으로 규정했고, 둘째 인민의 권리옹호를 들었으며, 셋째 보도와 논평을 공정하게 해야 하며, 넷째 성실성이 있어야 하며, 다섯째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야 하고, 여섯째 독립성을 굳게 지켜 신문의 품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우리나라 신문의 윤리운동은 오늘에 있어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김동철,『자유언론법제연구』(서울:나남, 1987), p.301.
    첫째, 그것은 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수호한다는 점이다. 즉, 언론의 자유와 책임은 표리관계에 있으며, 사회적 책임의 수행 여부는 언론인의 윤리의식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는 투쟁이 중요하듯이 주어진 자유를 계속 향유하는 방법의 근본은 그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 데 있으며, 그 남용을 막는 데 윤리기구의 가장 큰 사명이 있는 것이다.
    둘째, 그것은 언론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공헌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와는 별개의 가치로 언론의 품격 역시 언론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점의 향상 없이는 언젠가는 수용자 대중의 신의를 잃게 될 것이고 또 언론이 본래의 사명을 다하기 어렵게 될 것이기에 언론윤리기구는 이에 대해 유형·무형의 압력단체로서 기능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작권 침해문제 역시 법적 해석과 적용 이전에 윤리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지켜내고 그 품위 또한 스스로 높여가겠다는 언론인들의 다짐이 윤리강령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듯이 저작권 또한 언론 스스로가 그 권위를 인정하고 서로 지켜나갈 때 진정한 문화창달의 도구로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저작권 제도는 최초로 만들어 낸 것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표현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문학·예술·과학·문화 등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저작권이란 “창의성을 나타내기 위한 노력에 대하여 주어지는 법적 대가”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창작물을 저작한 사람에게 저작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하여 보호하는 이유는 “저작물은 곧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므로 좋은 저작물이 많이 나와야 그 사회가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저작자에게 아무런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저작자가 장기간 노력하여 창작한 저작물을 다른 사람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저작물을 이용하게 될 것이므로 저작자로서는 창작 행위를 계속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여 사회의 발전을 기약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저작자에게 굳이 저작권을 부여해서 보호하는 이유는 그 권리의 행사를 통해 창작을 위한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보장함으로써 창작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신적 노고의 소산인 저작권, 그리고 정신적 품위의 최후방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윤리강령을 하나로 보아 언론인 스스로 지켜나가는 아름다운 언론상을 기대해 본다.
    <부록 1> 판례 평석  

    1. 매절계약의 해석

    우리 언론·출판계에 관행처럼 이루어져 온 계약 유형 중에 이른바 ‘매절(買切)’이란 게 있다.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저작재산권 양도’와 비슷한 것으로 “저작물 이용에 따른 대가를 발행부수 또는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 지급하는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번역서의 경우 번역자에 대하여 매절로 계약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권리 관계를 놓고 갈등이 생겨날 소지가 많았다. 여기서는 먼저 편의상 “녹정기 사건”이라는 판례 서울민사지방법원 제51부 1994.6.1. 판결, 94카합3724 가처분이의.
    원결정 서울민사지방법원 제51부 1994.4.8. 결정, 93카합12206 서적인쇄판매금지 등 가처분.를 통해 매절계약의 법적 효력이 어디까지인가 살펴보기로 한다.

    <사건 개요> A(신청인)는 서적출판업자로서 ‘갑’을 번역자로 하는 중국 무협소설인 <녹정기>라는 제목의 서적 전 11권을 출판한 바 있고, B(피신청인)는 그 후 위 서적에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이를 전 12권으로 한 서적(이하 “이 사건 서적”이라 한다.)을 출판했으며, 신청인 A는 1993년 5월 27일에 이 사건 서적의 제호인 “녹정기”를 상품구분 052류 서적 외 1건으로 하여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한 사실이 있다.
    원래 ‘갑’은 1979년경부터 중국 무협소설을 전문적으로 번역해 오던 중 대만 작가 김용의 <녹정기(鹿鼎記)>라는 작품을 번역하여 서적출판업을 하는 A로부터 원고 1매당 6백 원 내지 1천 원에 상당하는 원고료를 받고 1987년 10월부터 1990년 12월까지 같은 제목의 서적 전 11권을 출판하게 되었다. 그런데 서적이 출판되는 과정에서 그 번역 마감일과 원고료 지급 날짜를 명백히 하기 위해 1987년 3월 31일자로 원고 매절계약서 형식의 서면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신청인 A는 이를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던 중 A가 경영하는 출판사가 노사분규로 인해 1991년 4월경 폐업하게 되어 더 이상 출판업을 하지 못하게 되자 갑은 1992년 7월경에 다른 서적출판업자인 B와 신청인 A가 출판하던 위 서적을 일부 수정하고 가필하여 이를 다시 출판하기로 하는 출판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료로 원고지 1매당 금 1천8백 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다. 그리고 갑은 1994년 1월 26일에 이 사건 서적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하였고, 피신청인 B는 같은 날 출판권설정등록을 마친 바 있다.    
    한편, B가 “녹정기”라는 제목의 이 사건 서적을 발행하는 사실을 안 A는 1987년 당시에 번역자 갑과 체결한 서면계약서를 근거로 하여 이 사건 서적에 대한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으므로 B의 이 사건 서적에 대한 인쇄·제본 및 그 판매를 금지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제출하였다. 이에 법원에서는 A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

    피신청인 B는 이 사건 저작물의 인쇄·제본 및 그 판매 또는 반포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B는 이러한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불복하여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였고, A는 갑과의 계약이 저작권 양도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번역의 완료와 동시에 그 번역저작권은 자신에게 귀속되었으며, 또한 이 사건 서적의 제호를 상표로서 등록하였으므로 다른 사람은 “녹정기”라는 제목의 서적을 출판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결정의 정당함을 계속 주장하였다. 이에 법원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새로이 심리한 끝에 앞서의 결정을 뒤엎고 다음과 같은 요지로 판결하였다.

    1. 신청인 A와 피신청인 B 사이의 서울민사지방법원 93카합12206호 서적인쇄판매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에 관하여 법원이 1994년 4월 8일에 한 가처분 결정은 이를 취소한다.
    2.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판결 이유> 먼저 신청인 A가 주장하는 저작권 양도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정황을 살펴보건대 저작물 이용에 따른 대가를 발행부수 또는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 지급하는 형태로서 이른 바 ‘매절 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며, 그 원고료로 일괄 지급한 대가가 인세를 훨씬 초과하는 고액(高額)이라는 등의 증거가 없는 한 이는 출판권설정계약 또는 독점적 출판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계약이 저작권 양도계약임을 전제로 한 신청인 A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 설령 신청인의 위 주장을 이러한 출판권에 근거한 침해금지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출판권은 저작권법에 의하면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3년간 존속하는 바, 신청인의 출판권은 계약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여 이미 소멸되었음이 명백하다.
    또한 신청인은 갑을 고용하여 이 사건 서적을 번역하게 하였다던가, 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서적의 저작권을 신청인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하였으므로 그 번역저작권은 신청인에게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면, 갑이 신청인에게 고용되어 신청인의 지시와 감독에 따라 이 사건 서적을 번역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설령 위 계약을 신청인 주장대로 번역의 완성과 동시에 그 번역저작권을 신청인에게 귀속시킨다는 합의로 본다 해도 이러한 합의는 저작물의 저작권은 그 저작과 동시에 저작자에게 귀속되고 특히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도록 한 저작권법의 취지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신청인의 주장 또한 모두 이유 없다 할 것이다.
    아울러 신청인 A는 이 사건 서적의 제호를 상표로서 등록하였으므로 피신청인 B가 이 사건 서적에 동일한 제호를 붙여 출판하는 것은 신청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면, 신청인이 이 사건 서적의 제호인 “녹정기”를 상표로서 등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상표법 제51조에 의하면, 상표권은 등록되어 있다 하더라도 품질을 나타내는 보통 명칭으로 사용하거나 관용상표(慣用商標)인 경우에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곧, 서적의 제호를 상표로 등록한 경우 이 문자를 동일한 서적의 제호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것은 그 해당 저작물의 창작물로서의 명칭 내지는 그 내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러한 창작물을 출판하고 제조하여 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서적의 제호 역시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되어 신청인의 위와 같은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하겠다.


    2. 제호의 저작물성

    제호(題號)란 저작물의 제목을 일컫는 말로 대개의 경우 저작물의 내용을 집약하여 짧은 문구로 표현한 것이다. 원래 제호 자체는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이 아니므로 저작물을 작성하는 사람이 다른 저작자의 제호를 무단으로 사용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 제호를 독립적인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저작권법 제정의 취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저작권을 보호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의 향상 발전인데, 만약에 모든 제호를 저작물로 인정할 경우에―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행복’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면 이후에는 그 누구도 ‘행복’이란 제목으로는 저작행위를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엄청난 혼란이 일어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보다는 일부에 의한 독점현상으로 인해 폐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매우 독창적인 제호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저작물로 인정하여 보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저작물의 제호에 한해서는 저작물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호 자체가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이 될 수 없다고 하여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저작물이 복제된 출판물을 예로 든다면 출판물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매우 독창적인 제호라면 산업재산권에서의 상표로서,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상표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저작물의 내용과 어울릴 경우에는 저작인격권으로서의 동일성유지권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른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사건의 판례를 통해 제호의 저작물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건 개요> 서울민사지방법원 제11부 1990.9.20. 판결, 89가합62247 손해배상.
    A(원고)는 무용극의 창작안무가로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제명의 무용극을 창작하여 무대에 올려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에 영화제작자인 B(피고)는 A의 승낙을 받아 위 무용극과 같은 제명의 영화를 제작하여 흥행에 성공하게 되었고, 이후 B는 C로 하여금 자신이 제작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같은 제명의 소설을 집필하게 한 다음 이를 책으로 간행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어 대량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한편, 이러한 B의 행위에 대해 A는 위 영화 및 소설에 원저작자로서의 자기 성명을 표시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저작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 및 사과광고의 게재, 그리고 B와의 영화제작허락계약상의 저작권사용료 및 위 소설의 무단 발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B는 그가 제작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필름을 상영하거나 상영의 허락·양도·배포 그 밖의 일체의 이용처분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B는 A에 대하여 금 4천만 원 및 소장이 제출된 날로부터 완제일까지의 연 2할5푼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하라.
    또한 B는 A에게 중앙 5개 일간지를 통해 각 1회씩 사죄 광고를 게재하라.
    아울러 소송 비용은 B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 및 위 손해배상 청구 부분에 대한 가집행을 선고해 주기를 재판부에 요망한다.

    이에 대해 B는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A로부터 위 무용극의 제명만을 정당하게 매수하여 자신이 제작한 영화의 제명으로 삼았을 뿐 A의 무용극 자체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므로, 위 무용극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거나 그에 따른 원작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재판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A(원고)의 청구를 기각(棄却)한다. 소송 비용은 A의 부담으로 한다.  

    <판결 이유> A의 승낙은 무용극 자체를 영화화하는 것이 아니고 무용극의 제명만을 영화에 사용하는 것을 승낙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A의 영화화허락계약의 체결을 전제로 한 저작권 사용료의 지급 청구는 이유가 없다. 또한 제명은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이라고 볼 수 없어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같은 제명을 사용한 영화 및 소설의 제작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어떤 저작물이 원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상·주제·소재가 같거나 비슷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 즉, 사건의 구성(plot) 및 전개 과정과 등장인물의 교차(交叉) 등에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A의 무용극과 B의 영화 및 소설은 등장인물과 사건 전개 등 실질적인 구성면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원작 및 2차적 저작물의 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하겠다. 따라서 A의 원작 및 B의 2차적 저작물 무단 작성을 전제로 한 A의 청구 부분 역시 이유가 없으며, B의 영화 및 소설은 A의 무용극에 변경을 가한 것이 아닌 독창적인 저작물이므로 A의 저작물에 대한 동일성유지권 침해 역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3. 인용의 한계

    ‘인용(引用; quotation)’이란 “다른 저작물의 내용 가운데에서 한 부분을 참고로 끌어다 쓰는 것”을 말한다. 특히 어문저작물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매우 흔한 것이 인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가치를 지닌 저작물이 공표되었다면 그 이후에 등장할 저작자는 물론 독자 등이 가능한 한 여러 저작물에 접함으로써 그 가치를 누리게 하는 것이 문화의 향상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취지에서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인용에 의한 저작물의 이용에는 저작재산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용한 글을 마치 자기 글인 양 여긴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일부라도 인용할 바에는 그 부분에 인용 부호를 붙이거나 단락을 바꾸어 본문과는 다른 활자로 표시함으로써 인용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한 학술관련 전문서적이나 논몬에서는 출처로서의 저자명, 책명 또는 논문제목, 발행처, 발행년도, 해당 면수 등을 적절한 위치에 주(註) 표시로써 밝히는 것이 통례이고, 이러한 의무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저작물은 신용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도 무방하다. 결국, 남의 글을 인용하고도 마치 자기의 글처럼 여긴다면 당연히 인용 부분에 대한 구분이라든가 출처의 명시를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그 경우에는 인용이 아니라 도용(盜用)이 되어 엄연한 저작권 침해 행위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랜드 사람들” 사건 개요> 서울민사지방법원 제51부 1994.4.18. 결정, 94카합2072 서적발행 등 금지가처분.
    A(피신청인)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자로서 1993년 12월경 ‘갑’을 저자로 한 <이랜드 사람들>이란 서적을 발행한 바 있다. 이 책은 의류회사에서 출발, 최근에 중견 그룹으로 급격히 부상한 ‘이랜드’의 성장 배경 및 그 기업 이념 등을 주내용으로 한 것으로, 출판과 동시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편, 주식회사 이랜드와 그 대표자 외 임직원 6인(신청인, 이하 “이랜드”라 한다.)은 위 서적이 그룹 대표자가 그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기독교적 세계관을 기업 경영에 적용한 기업윤리, 지장인의 행동규범 등에 대해 계속 해온 강연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재하고 있으며, 그 비중이나 분량에 있어서 상당량이라고 할 수 있는 바, 그로 인해 대표자의 저작권은 물론 임직원들의 프라이버시권, 그리고 등록상표인 이랜드의 상표권 및 영업비밀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 서적의 인쇄 및 출판을 금지하라는 취지의 청구를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A는 이랜드의 대표자가 행한 강연은 경영 지침 또는 사원의 행동 지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단순한 사상 또는 관념이므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그 강연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표된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보도·비평·연구·교육 등을 위하여 인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서도 허용되어 있는 바, 위 서적의 저자인 갑은 신청인 이랜드에 대한 기업경영비평 및 연구를 위하여 이를 인용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랜드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음과 같은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피신청인 A는 위 서적의 인쇄·제본 및 그 판매 또는 반포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판결 이유> 우선 이랜드 대표자의 강연이 단순한 사상 또는 관념에 불과하므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A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이 강연의 형식으로 이미 공표한 것이므로 이를 단순한 사상이나 관념이라고 할 수 없으며,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유가 없다.
    또한 피신청인 A는 그 강연을 적법하게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나, 저작권법 제25조에 의하면 그 인용의 범위는 표현 형식상 피인용 저작물(여기서는 이랜드 대표자의 강연)이 보족(補足), 부연(敷衍), 예증(例證),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여기서는 <이랜드 사람들>이란 서적)에 대하여 종(從)의 관계에 있어야 할 것이고, 인용의 방식 및 정도에 있어서도 그 출처를 명시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인용문을 자신의 저작물과 구별되도록 해야 하며, 피인용 저작물을 지나치게 많이 인용하거나 전부 인용하거나 원저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되는 등 그 인용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랜드 사람들>이란 서적은 이랜드 대표자의 강연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재(全載)하면서 그 비평이나 연구는 실질적으로 거의 행하고 있지 않아 단순한 소개 정도에 그치고 있으면서 그 출처가 명시되지도 않았고, 자신의 저작물과 피인용저작물이 분명히 구분되고 있지도 않으며, 그 인용 분량이 위 서적 중에서 본문 338면 중에 그 3분의 1 이상인 114면을 차지하는 방대한 분량인 점 등에 비추어 정당한 인용의 범위를 넘은 것이라고 판단되며, 아울러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신청인 A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하겠다.


    4. 저작권 침해의 기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인 저작물이란 그것이 문학적이든 학술적이든, 아니면 예술적이든 저작자의 독창성이 엿보이는 것으로서 이용 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의 창작노력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기준을 정해 놓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저작권 침해 여부는 물론 침해의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 특히 고도의 작품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학작품에 있어서는 그것의 유사성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는 소설과 방송극본 사이에 제기된 저작권 침해에 관한 판례를 통해 저작권 보호의 대상과 함께 저작권 침해의 기준으로 제시된 ‘의거관계’와 ‘실질적 유사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건 개요> 대법원 2000.10.24. 선고 99다10813 판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9.1.20. 선고 96나45391 판결.
    A(원고)는 작가로서 1992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 성페테스부르크, 카자흐스탄, 알마아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이르쿠츠크, 바이칼호, 연해주, 사할린 등을 돌면서 여러 한인들을 만나보고, 일제강점기 러시아에 이주했던 한인들의 삶에 관한 자료를 모아 이를 바탕으로 1993년 7월 10일에 <텐산산맥>(전 5권)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출간하였다.
    장편소설 <텐산산맥>은 1권부터 3권까지 재소 작가의 삶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연해주로 탈주하고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해 간 한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고, 4권은 작가가 러시아 한인들에 관해 자료수집을 위해 다녔던 여정을 소설 형식으로 그리고 있으며, 5권은 시와 화보 등 자료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B(피고)는 방송사로서 1994년 12월부터 1995년 3월까지 22부작 텔레비전 드라마 <까레이스키>를 방영했는데, 드라마의 소재는 소설 <텐산산맥>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 이주한 한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에 A는 드라마 <까레이스키>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소설 <텐산산맥>을 분해하여 모자이크 식으로 표절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소설을 무단이용한 드라마를 방영한 불법행위자 또는 드라마 작가 및 연출자의 사용자로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제1심 법원에 이어 항소심을 맡은 고등법원에서는 A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소설과 드라마 사이에 의거관계의 존재가 추정된다고 하여도 실질적 유사성까지 인정되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 드라마가 소설로부터 단순히 암시나 힌트를 받은 것이라 할 수는 있을지언정 소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손해액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그러나 A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도 그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이 판례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인지의 여부”에 대해 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해주 이민 한인들의 애환과 생활상을 그린 소설 <텐산산맥>과 드라마 <까레이스키> 사이에 있어 <까레이스키> 제작 시점에 그 연출가가 <텐산산맥>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어서 저작권 침해의 의거관계는 추정되나 <까레이스키>는 <텐산산맥>과 완연히 그 예술성과 창작성을 달리하는 별개의 작품으로 실질적 유사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드라마 <까레이스키>가 소설 <텐산산맥>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

    <판결 이유>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해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해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또,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할 것이며,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또는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따르게 마련인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실제 드라마 <까레이스키>가 제작될 시점에 연출가가 적어도 소설 <텐산산맥>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두 작품 모두 일제 치하에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의 삶이라는 공통된 배경과 사실을 소재로 주인공들의 탈출 및 정착, 강제이주라는 공통된 전개방식을 보여주는 등 유사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공통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은 데서 오는 결과일 뿐이고, 양자의 ‘실질적 동일성 내지 종속성’에 관해 살펴볼 때 소설은 이야기 구성이 단조롭고 등장인물의 발굴과 성격도 비교적 단순한 데 비해,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수나 성격이 훨씬 다양하고 사건의 전개방식도 더 복잡하며 이야기의 구성이나 인물의 심리묘사 등도 보다 치밀하다는 점 등에서 볼 때 드라마는 소설과는 달리 완연히 그 예술성과 창작성을 달리 하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하겠다.


    5. 편집저작물의 보호기준

    저작권법 제6조에 따르면 편집저작물이란 “편집물로서 그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이 창작성이 있는 것”을 말하며, 편집저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다만, 편집저작물의 보호는 그 편집저작물의 구성 부분이 되는 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즉, 이미 존재하는 저작물 또는 기타 자료 등을 수집, 선정, 배열, 조합, 편집 등의 행위를 통해 전체로서 하나의 저작물이 되도록 한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 바로 ‘편집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편집저작물은 구체적인 저작물의 편집물일 수도 있지만 저작물이 아닌 단순한 사실이나 자료만을 모은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문학전집 또는 선집, 백과사전, 신문, 잡지 등은 저작물의 편집물이며, 국어사전 또는 영어사전이나 전화번호부 등은 단순한 사실이나 자료의 편집물이다. 여기서는 ‘법조수첩’이라는 특수한 편집저작물을 둘러싼 분쟁을 통해 편집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사건 개요> 대법원 2003.11.28. 선고 2001다9359판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0.12.12.선고 2000나42115판결.
    A(원고)는 법률분야 특수신문사를 운영하는 법인으로 매년 초에 이른바 ‘법률수첩’을 제작, 배포해 오고 있었다. 1999년용 수첩을 기준으로 구성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권두에 법관, 법제처, 헌법재판소, 검사, 법원 및 검찰 5급 이상 공무원, 교도소, 소년원, 보호관찰소 등의 기구 및 구성원 배치표를 수록하고 있다.
    ② 책자 2면 내지 204면에서 전국 법원 및 관내 등기소, 검찰청의 부서별 전화번호, 관내 변호사·법무사·변리사의 명단 및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수록하였다.
    ③ 책자 205면 내지 236면에서 각급 법원 및 등기소 관할구역, 법원사건부호표, 민사소송에 필요한 각종 인지액 일람표, 송달료 납부기준 및 각종 수수료 등을 수록하였다.
    ④ 그 뒤에는 통상의 일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수록되어 이용자가 1년간 날짜별로 메모 등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⑤ 책자 말미에는 우편번호, 주요 전화번호, 장거리 자동전화번호, 교통수단별 시간표, 지도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한편, B(피고) 역시 법률 관련 신문사를 운영하는 법인으로 A가 발행하여 배포해 온 법률수첩과 유사한 수첩을 제작해서 유관기관이나 단체, 관련인사들에게 배포하게 되었다.
    이에 A는 자사에 편집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B가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제1심과 2심 법원에서는 위의 구성내용 중 상당부분에 있어 편집저작물성이 인정된다며 다음과 같은 취지로 A의 손을 들어주었다.

    A의 수첩에 수록된 기관별 명단 및 전화번호, 관련기관 배치표 등은 그 대부분이 각 해당기관이나 단체에서 발간한 책자에 수록되어 있는 것과 거의 동일한 내용임을 알 수 있으므로 수첩을 구성하는 각 소재의 내용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수첩 중 ①과 ② 부분은 법조 유관기관이나 단체의 조직표나 명단, 전화번호 등을 계통별·직역별로 체계적인 순서를 정해 수록함으로써 이용자로 하여금 각 기관과 단체의 전체적 구조와 구성원 등에 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③ 부분은 각종 법령 등에 산재해 있는 소송절차에 필요한 자료를 발췌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음으로써 소송관계인이 소송이나 법률문제를 처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도록 구성되었으며, 이러한 부분들이 통상적으로 일지형식의 책자를 구성하는 ④와 ⑤ 부분과 결합해서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A의 법조수첩은 소재 또는 자료의 선택 및 배열에 있어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편집저작물로서 저작권법상의 보호대상에 해당하므로 A의 수첩과 소재의 선택 및 배열이 거의 동일한 법조수첩을 제작·배포한 B의 행위는 A의 편집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그러나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에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2심 법원으로 환송함으로써 A가 제작한 법조수첩의 편집저작물성을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판결 이유> 편집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으려면 일정한 방침 혹은 목적을 가지고 소재를 수집·분류·선택하고 이를 배열하여 편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창작성은 반드시 작품의 수준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창작성은 있어야 하고, 누가 작성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창작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일지 형태의 법조수첩은 그 수첩을 이용하는 사람이 법조 유관기관과 단체에 관한 사항, 소송 등 업무처리에 필요한 사항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있지만, 유용한 기능 그 자체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아니므로 기능만으로 곧바로 편집저작물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 이 수첩에 수록된 자료들은 법조 유관기관이나 단체가 배포하는 자료 또는 종래 법전 등이나 일지형식의 수첩형 책자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어서 누구나 손쉽게 그 자료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지형태의 수첩을 제작하는 자라면 누구나 이 수첩에 실린 자료와 동일 또는 유사한 자료를 선택하여 수첩을 편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수첩에 나타난 조직과 기능별 자료 배치와 법률사무에 필요한 참고자료의 나열 정도는 그와 같은 종류의 자료편집에서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편집방법이며, 그러한 자료의 배열에 편집자의 개성이 나타나 있지도 않으므로 이 법조수첩은 그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에 창작성이 있는 편집물이라고 할 수 없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편집저작물의 보호는 그 편집방법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물에 구현된 편집방법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울러 편집저작물의 구성부분이 되는 원저작물의 저작자로부터 허락을 얻지 않은 것이라고 그 자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제3자에 침해에 대해 권리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2차적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편집저작물의 저작자가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은 별도로 져야만 한다. 따라서 편집저작물을 작성하려면 그것의 구성부분이 되는 저작물의 저작자로부터 일일이 허락을 얻어야만 정당한 권리를 취득한 것이 된다.
    결국, 편집저작물의 저작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제3자가 그것과 유사한 편집저작물을 무단으로 작성해서 이용했을 경우에 한정되며, 편집저작물 중의 일부 저작물만을 누군가가 무단으로 이용했다면 그 저작물의 원저작자의 권리만이 적용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부록 2> 저작권 상담사례

    (1) 저작권과 편집권 : 어학교재를 생산하는 연구기관의 성격을 띤 회사다. 올해에만 약 수십 권의 책을 시중에 출판하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출판사로 등록해서 직접 출판지 않고 기존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다. 일은 저자-출판사와의 관계를 벗어나 회사에서 책(음성자료 포함)을 만들어 출판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제작에 관련된 비용을 저작권료와 별도로 받고 있다. 보통 영어교재와 함께 음성 테이프가 세트로 구성된다. 텍스트 편집의 경우 기존 출판사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음성자료의 경우 회사가 거래하는 출판사에서는 제작이 불가능하여 직접 제작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정리하면, 출판사와 회사는 2가지 계약을 맺고 있다. 우선, 저자-출판사간의 출판권 계약, 두 번째는 출판사와 본저작물의 제작계약이다. 만약 출판권 계약이 만료되어 회사에서 본책들을 출판하게 될 경우, 제작한 자료(특히, 음성자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참고로, 본 음성자료의 경우 다시 제작할 수 없게 구성되어 있다.
    ; 안타깝게도 저작권법에서는 편집에 관한 권리는 보장해 주지 않고 있다. 다른 의미에서의 편집저작물에 관한 권리(선집이나 전집, 혹은 전화번호부나 벼룩시장 같은 신문잡지류 등을 만드는 경우에서처럼)는 인정되지만 제작관련 편집저작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저작권법이 아닌 일반 민법을 준용해서 기간을 제한한 제작계약서(예컨대, 제공한 음성자료에 관한 권리는 3년간 유효하며 이후에는 본사에 귀속된다는 내용으로)를 통해 권리를 행사하는 게 좋겠다.

    (2) 피카소 그림의 저작권 : 우리 출판사에서는 신간의 표지로 피카소의 그림을 사용하려고 한다. 피카소의 작품은 저작권 보호를 받으므로 당연히 저작권 계약을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개정된 저작권법상 원화에 어느 정도의 변형을 가하거나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저작권법에 적용되지 않는 변형이나 왜곡의 기준, 그리고 부분사용은 어느 만큼인지 알고 싶다. 그 기준이 피카소 그림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는 정도라면 굳이 비싼 저작권료를 지불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데…?
    ; “최근 개정된 저작권법상 원화에 어느 정도의 변형을 가하거나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는 말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어쨌든 저작자가 생존하고 있으면서 그의 허락이 없었다면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저작인격권상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기 때문에, 즉 제3자에게 양도나 상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작자 사망과 동시에 소멸한다. 따라서 이후에는 저작인격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만일 이용자가 원저작물을 변형 또는 사용시 그것으로 인해 저작자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이는 살아 있는 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을 훼손한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된다. 결국 출판사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피카소의 그림 형태 또는 이용방법이 피카소의 명예를 훼손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점이 관건인데, 이것에 앞서 현재 피카소의 저작재산권을 관리하고 있는 권리자가 변형을 전제로는 이용하게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이 우선이므로 그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3) 저작권과 특허 : 1. 저작권과 특허의 관계가 궁금하다. 만약 내가 전혀 새로운 편집과 서술방식으로, 즉 영어나 한글로 된 저작물을 저술하거나 구성했을 때, 실용신안 같은 발명품 식의 특허권은 보장받지 못할까? 오로지 출판물이기 때문에 어떠한 독창적인 서술편집방식이라도 단순히 저작권으로만 보호되는가?
    2. 내가 만약 CNN이나 AFKN에서 방영된 내용(대본)을 허락 없이 임의대로 설명을 첨가해서 판매했을 때, 전혀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는가? 내 설명만 따로 보호받을 수 있나?
    ; 1. 저작권과 특허의 관계는 완전히 별개라고 보면 된다. 저작물로서 인정되는 부분은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것이고, 그것의 독창적인 방법이나 아이디어가 특허 혹은 실용신안 등의 요건에 부합하여 절차를 통해 인증되었다면 그것 또한 별도의 권리로 보호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만들어진 저작물을 기초로 그것의 독특한 방식에 대해 특허청을 통해 실용신안을 획득한다면 별도의 권리를 또한 행사할 수 있다.
    2. 원칙상 2차적 저작물 혹은 편집저작물을 작성하려면 그것의 원작이나 일부분의 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일 부득이하게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저작물로서의 2차적 저작물 혹은 편집저작물을 작성하였더라도 그것을 제3자가 침해하였을 때에는 침해에 따른 보상 등을 청구할 수 있고 또 형사상 고소도 제기할 수 있다. 즉, 원작자와의 문제는 별도이며, 이를 기화로 만일 누군가 특정의 저작물을 무단복제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설명부분만이 독창적인 것이므로 만일 지문으로서의 미국 방송의 대본부분을 누군가 원작 그대로 임의로 이용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4) 국내에서의 다국어 출판 약정 :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영문원고를 받아 한국어로 출판을 했는데 이 책을 다시 우리 회사에서 영문판으로 출판할 경우 계약서상에 약정을 할 수 있는가? 또, 국내 저자 원고도 영문판으로 출판할 경우 계약서에는 어떻게 기재를 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가?
    ; 출판에 관한 계약은 통상 ‘출판권설정계약’이라는 명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경우 계약서상에 명시된 이용조건, 즉 언어 및 배포의 범위 안에서 출판이 허락되는 것이다. 따라서 질문내용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계약서상에 언어권을 명시하면 된다. 예를 들면, 저자의 저작물을 출판함에 있어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 출판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식이 되겠다. 영어로 된 것을 한국어로, 또는 한국어로 된 것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는 것인데, 이러한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은 기본적으로 원저작자에게 있으므로 계약서상에 언어권을 표기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번역을 하는 사람과는 별도의 번역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인세지급의 방법이든 아니면 저작재산권 양도의 형태이든(보통 ‘매절’이란 용어를 쓰는데 이는 저작권법상의 용어가 아니므로 반드시 양도계약이어야 한다) 번역자와 계약을 체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5) 인용의 범위 : 여러 잡지를 모은 자료로 새로운 기사를 썼을 때 저작권법 위반이 되는지 알고 싶다. 그렇다면 저작권을 피해 가는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예를 들어, 내용이 너무 많이 흡사할 경우 출처를 밝힌다거나(그 범위도 알고 싶다) 하는 등 저작권과 관련 없이 다른 잡지를 자료삼아 새로운 기사를 쓸 수 있는지,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
    ; 참고할 잡지가 어떤 것이며, 그 내용은 또 어떤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답변하기가 곤란하지만, 저작권법에 의하면 단순한 사실보도의 경우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만약 이용하고자 하는 기사가 사실보도의 수준이라면 그냥 이용해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기자나 외부필자에 의한 창의적인 내용, 즉 분석 또는 해설기사이거나 칼럼 또는 사설 같은 것일 경우에는 저작권이 인정되므로 반드시 해당 필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에는 정확히 출처를 밝힐 경우 그것의 인용이 가능하므로 만일 질문자가 보도목적으로 다른 기사를 인용하는 것이라면 출처명시만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 그런데 독자들에게 실생활의 정보를 주기 위해서 싣는 정보성 기사의 경우 시사보도의 범주에 들지 않으므로 인용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아울러 어떤 경우라도 남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하면서 피해 가는 방법은 결코 없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6) 인터넷 게시판 글의 저작권 : 우연히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 있을 글을 보았다. 그런데 그 글에 매우 공감하여 그것을 소설로 써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 글을 최초로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고 접촉도 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사람의 실화인 것 같은데, 이 경우 소설을 쓴다면 어떻게 되는가? 물론 그 글이 한 편의 소설적 내용을 가지고 있어 특별한 내용 수정 없이 그 바탕으로 소설을 쓰려고 한다. 만약 그 사람의 동의 내지 합의 없이 소설을 써서 출판하는 경우 어떻게 되는가? 물론 현재 그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인터넷이라 쉽지가 않다. 다행히 찾아 원안료를 지불하고 허락받으면 좋겠지만 만약 끝내 찾지 못하고 그대로 출간했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혹시 그 사람이 나중에 알고 소송을 걸어올 수도 있을텐데 그 경우 어떻게 얼마나 보상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한마디로, 원안자는 줄거리만 제공하는 경우이며, 나는 그것을 소설로 써서 상업적으로 출판하는 경우이다.
    ; 어떤 방식으로든 허락을 받은 후 소설화하는 게 좋겠다. 만일 끝내 찾지 못하여 그냥 소설을 써서 출간했을 경우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곧 가해자가 얻은 이익액 전부가 되며, 뿐만 아니라 형사상 책임까지 져야 될지도 모르므로 반드시 원안 작성자를 찾는 게 좋겠다. 급하게 책을 만들어야 한다면 차선책이기는 하지만, 책의 표지나 판권란에 원안 작성자가 밝혀질 경우 상당액의 저작권료를 지불하겠다는 뜻과 함께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소설 내용 중 어느 정도 그것을 인용 혹은 사용했는지 그 과정을 밝히기 바란다. 한편, 원안의 수준이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라면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원안과 나중에 작성된 소설의 상관성을 먼저 분석해 보는 것이 좋겠다.

    (7) 이미지와 저작권 : 이미지를 판매하는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샘플이미지를 따와 그 중의 일부분을 변형하여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잠시 사용한 적이 있다. 샘플이미지는 몇 백 킬로바이트 정도이고 판매하는 이미지는 20여 메가바이트 정도 된다.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했으므로 판매하는 이미지의 가격에 준해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과연 판매하는 이미지의 가격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가?
    ; 손해의 배상은 입증되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협박이나 정황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의 저작권 침해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 그 내역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몇 퍼센트 정도를 이용했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없다. 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분명하다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서 실제 피해 혹은 실제 이익을 기준으로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8) 외국영화 대사의 저작권 : 우리 출판사에서 현재 30편 정도의 영화대사를 인용한 영어단행본을 기획하고 있다. 대사 전체를 인용하는 것은 아니고, 영어학습에 필요한 대사들을 부분발췌, 한글설명을 곁들여 원고를 꾸미고 있는데, 이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 저작권은 그것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고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권리가 혼재되어 있다. 예컨대, 크게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뉘고, 또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전송권 등 모두 7가지로 나뉘며, 복제권만 하더라도 녹음, 녹화, 인쇄 등 그것의 복제방법에 따라 일일이 저작권자의 권리가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기획하는 단행본의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권리가 당연히 미친다. 비록 부분적인 이용(이 경우 무조건 ‘인용’이라고 하면 안 된다. 법에서는 학술연구, 교육, 시사보도의 경우에 한해서 인용을 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라 하더라도 권리자의 허락이 없었다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이미 영화대본을 단행본화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있으며, 그들은 모두 권리자로부터 정당한 허락을 받아 출판하고 있으므로 만일 위의 회사에서 허락 없이 영화대사를 이용하게 되면 그 출판사들의 출판권까지 침해한 것이 될 수도 있으므로 정확한 허락방법을 강구한 다음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9) 수학문제와 저작권 :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사이트를 발견했는데 수학전문 사이트였다. 이 사이트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중·고등학교의 수학교과서와 문제집, 참고서의 모든 문제와 답을 한글로 작성하여 제공하는 유료사이트였다. 거의 모든 중·고등학교 수학 책은 다 작업을 해서 유료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사이트가 저작권법에 위반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또 수학문제를 필요한 부분만 재구성하여, 즉 여러 문제집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새롭게 재구성하여 온라인상에 올리는 것도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 단순한 수식에 불과한 수학문제는 창작성이 인정되는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문을 들어가며 응용문제를 만든 경우 저작권이 인정된다. 그리고 저작권이 주어지든 주어지지 않든 특정의 문제들을 모아 교과서 혹은 참고서나 평가문제집을 만든 경우 그것을 만든 사람(또는 단체)에게 편집저작물 작성에 따른 저작권이 별도로 주어진다. 따라서 질문에서처럼 시중의 교과서를 망라하여 해설 사이트를 만들었거나 해설집을 만든 경우 해당 편집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었다면 당연히 저작권 침해가 된다. 또, 필요한 부분만 재구성하는 것도 출처가 분명하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만일 그러한 행위들이 무단으로 이루어져도 저작권 침해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많은 노력과 금전적 투자를 기울인 해당 출판사나 저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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